"AI·반도체·조선·자동차·방산·원전 등 논의""엔비디아에 SK·삼전 등 韓 반도체 제공 논의""조선·원전·LNG 등서 계약 2건·MOU 9건 체결"美 알래스카 LNG 투자 요구엔 "실무 논의 없었다"
  • ▲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부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국프레스센터가 마련된 호텔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기업들이 한국과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위해 1500억 달러(약 209조 원) 규모의 대미 직접투자(FDI)에 나선다.

    ◆1500억弗 FDI, 3500억 펀드와 별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6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에 마련된 한국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이번 FDI는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 결과물인 3500억 달러(약 487조 원) 규모 대미 투자펀드와는 "별개"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말 미국과 관세협상 타결 시 1500억 달러 조선업 전용 투자 패키지와 2000억 달러 범용 투자 패키지 등 총 3500억 달러의 투자 패키지를 제시한 바 있다.

    김 실장은 "(지난번 체결된) 3500억 달러 펀드가 운영 방식이나 구조가 확정되고 미국은 주로 경제안보 분야, 여러 핵심 광물, 반도체, 조선 등의 분야를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사업들이 선정될 텐데, 미국 쪽에서 제조업 르네상스나 경제안보 핵심 제조업을 미국 내 구축하는 우선 순위에 따라서 사업이 선정될 것 같다. 우리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 투자할 1500억 달러 FDI와 3500억 달러 펀드는 미국이 우선 순위를 설정하는 사업에 투입될 것인데, 2개가 시너지를 낼 것 같다"고 전망했다.

    ◆3500억弗 금융패키지, 전략산업 강화에 … 구속력 없는 MOU로 조성

    김 실장은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 조성과 관련해 관세 협상 타결 이후 10차례 넘게 장관급 협의를 이어오고 전날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2시간 가까이 협의했다고 한다.

    그는 "양국은 조선 분야 최대 1500억 달러를 포함, 에너지, 핵심광물, 배터리, 반도체, 의약품, 인공지능(AI), 퀀텀컴퓨팅 등 전략산업 강화를 지원하는 데 금융 패키지를 활용하기로 했다. 구속력 없는 업무협약(MOU)으로 금융 패키지 조성과 운영을 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무적으로 MOU 문구를 협의하고 있는데 당연히 우리는 필요한 요구를 한다"며 "미국 쪽에서는 미국이 구상하는 대로 마무리를 희망할 것이고, 우리는 국익 차원에서 MOU가 실제 작동 가능한 방식으로 여러 사항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미국 전략산업에 지분투자, 대출, 보증을 통해 지원하되 직접 투자액은 5% 정도로 한정하고 대부분을 보증으로 채우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지분투자와 대출 비중을 높이길 요구하고 있다.

    김 실장은 "큰 틀에서는 양국 간 합의가 상당 부분 진전된 만큼 앞으로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참여하는 실무TF를 구성해 세부적인 실행 방안을 미 측과 계속 더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약 2건·MOU 9건 체결 … "엔비디아에 SK하이닉스·삼전 반도체 제공 논의"

    이날 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 방산과 원전 등 전략산업, 콘텐츠 등 문화산업에 이르기까지 제조업을 넘어 거의 전 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김 실장은 "AI 경쟁에서 양국 간 협력 가능성과 상호 보완성 등을 재확인했다. 엔비디아(NVIDIA)의 슈퍼컴퓨터에 최적화된 반도체 칩을 SK하이닉스와 삼성이 제공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향후에도 한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조선 분야에서는 HD현대와 미국 조선소 현대화 등을 위한 공동 투자프로그램 등이 마련됐고, 원전 분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엑손에너지가 SMR(소형모듈원자로) 상용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콘텐츠 분야에서 디즈니, 넷플릭스, 소니 등을 회원사로 둔 미국 영화협회가 앞으로도 한국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미국 기업 투자를 계속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계기로 조선·원자력·항공·액화천연가스(LNG)·핵심광물 5개 분야에서 총 2건의 계약과 9건의 MOU가 체결됐다.

    ◆트럼프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 언급 … "실무적으로 논의된 사안 아냐"

    다만 김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알래스카 LNG 가스전 투자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한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서 에너지 언급이 있었다"면서도 "실무적으로 구체적으로 논의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다.

    그는 "실무적으로 알래스카 LNG를 특정해 조인트 벤처 얘기까지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3500억 달러 패키지의 구조와 운영 방식에 대한 양국 간 업무협약이 마무리되고 나면 그다음 단계로 어느 사업이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그런 문제는 조금 더 상세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합작사업을 통해 에너지 사업을 개발할 것"이라며 "미국이 추진하는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한국이 일본과 함께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한국과 알래스카와 관련해 거래하고 있는데 그건 한국이 필요로 하는 원유와 관련됐다"며 "우리는 합의를 타결할 것이다. 한국과의 합작 투자이며 일본도 개입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트닉 장관은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해 "미국은 시장 개방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