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 여자'부터 '물귀신'까지 팔색조 변신'러브 웨이브' '귀궁'으로 시청자 눈도장 '쾅'"10년 뒤에도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 됐으면"
  • 배우에게 이름만큼 중요한 게 '별명'이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다 보니,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느냐에 따라 배우의 성패가 엇갈리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배우 송수이는 행운아다. 드라마 방영 직후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것도 모자라, 배역 자체가 별명이 된 것. 앞으로 이 작품이 회자될 때마다 이 배우의 별명도 함께 오르내리리라.

    문제는 별명이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송수이에게 붙은 별칭은 '수살귀 언니'다. 송수이는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귀궁'에서 중궁전 후원 우물에 사는 물귀신 '옥임'으로 열연했다. 

    긴 머리와 창백한 얼굴, 새카만 입술에 하얀 소복을 입은 송수이의 모습은 단박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극 중 원한이 풀리면서 생전의 예쁜 얼굴이 드러나자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했다. 드라마 커뮤니티 게시판엔 송수이를 '수살귀 언니'로 부르며 '성불하시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여배우로선 드물게 '귀신'을 별명으로 얻은 송수이의 심정은 어떨까.

    "어떤 별명이어도 상관 없어요. 별명을 통해서라도 저를 기억해만 주신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송수이는 귀신을 무서워한다. 살면서 귀신이 나오는 영화는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모니터 차원에서 자신이 나오는 '귀궁'만 봤을 뿐 귀신류의 영적인 소재가 나오는 공포영화는 기피 1순위다. 

    귀신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배우가 귀신 역을 맡아 인기를 끌고 '수살귀'라는 별명까지 덤으로 얻은 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송수이는 이전에도 독특한 배역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숏폼드라마 '러브 웨이브'에서 정략결혼을 피해 동해바다로 도망친 '남장 여자' 역할을 맡았던 것. 

    이 드라마에서 보이시한 매력을 발산했던 그녀가 수개월 만에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귀신으로 변신했다. 송수이의 '갈지자' 파격 변신에 팬들의 이목이 쏠리는 건 당연지사. 자연히 그녀의 다음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큰 맘 먹고 차기작을 물어봤지만, 비밀이란다. 역시 프로는 프로인가 보다. 맡은 배역은 물론 작품의 장르까지 철저히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녀의 차기작이 '현대물'이라는 점. 이번 작품에선 '수살귀 옥임'의 오싹한 모습과는 달리, 본연의 '바비인형' 비주얼이 공개될 전망이다.
    아, 송수이의 별명이 또 있다. 최근 맑고 투명한 피부에 발그레한 뺨, 긴 히피펌 헤어로 꾸민 민낯이 온라인상에 공개되면서 '실물 여신'이라는 별칭이 생긴 것. 

    얼핏 일본 톱스타 아오이 유우를 연상케 하는 송수이의 얼굴을 보면, 과연 이 배우가 얼마 전까지 시청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수살귀'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오가며 팔색조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송수이의 바람은 건강하게 꾸준히 연기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달랬더니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이면 좋겠다는 그녀다. 

    단, 배우로서 영화제에 참석해 당당히 '내빈석'에 앉는 모습은 꿈꾸고 있다고. 과연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지, '배우 송수이'의 10년 뒤가 기다려진다. 

    다음은 송수이와의 일문일답 전문.
    Q.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귀궁'에서 '우물 귀신'으로 열연을 펼치셨는데요. '수살귀 언니'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시청자들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귀신에게조차 감정을 이입하게 만드는 매소드 연기가 일품이었다는 호평도 나왔는데요. 이에 대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 너무 과찬이십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방송 이후 정말 많은 분들이 저를 기억해 주셔서 신기했습니다. 그냥 맡은 바 배역에 충실했을 뿐인데, 저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려요.  

    Q. '퓨전사극'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 사실 첫 번째 도전이라 모든 게 생소해서 좀 어려운 측면이 있었는데요.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악귀' 캐릭터라 분장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 아무래도 제가 맡은 역할이 한이 많은 '수살귀'여서 분장팀이 꽤나 힘드셨을 거예요. 수살귀는 항상 물에 젖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름에 촬영할 땐 계속 물을 끼얹었어요. 그래서 저 혼자 아주 시원한 여름을 보냈죠. 

    그런데 겨울에 촬영할 땐 안에 뭘 껴입으면 티가 날 것 같고, 핫팩도 붙일 수가 없어서 오돌오돌 떨면서 찍었어요. 진짜 추웠었는데, 주변에 있는 스태프분들이 저를 많이 챙겨주셨어요. 한 신이 끝나면 바로 달려와 갖고 있던 핫팩을 꺼내 주셨어요. 그때 추위가 사르르 녹는 경험을 했죠. 이 자리를 빌려 도움을 주신 모든 스태프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Q. '귀궁'은 사극, 로코, 오컬트 등 여러 장르가 혼합된 작품이고, 다양한 귀물들이 등장하는 만큼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드라마로 기억합니다. 게다가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나와, '연기 맛집'이라는 호평까지 얻었고요. 그런 차원에서 촬영장 분위기가 어땠는지도 궁금하네요. 

    - 몇 분만 언급하면 다른 분들이 서운해 사실 것 같아서 어느 한 분을 콕 집어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출연진 모두가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셨어요. 저에겐 촬영장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죠. 배역을 준비하시는 모습과, 촬영에 들어갈 때의 눈빛, 대사 톤 하나하나가 저에겐 다 배울거리였습니다. 

    그리고 다들 겸손하시고 너무나 유쾌하셔서 현장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사방에 베테랑 배우분들이 계셔서 제가 더 배우고 알게 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드라마 소재가 신선하고 재미있는 내용이라, 저 역시 팬의 한 사람으로 즐기는 입장이었어요. 그래서 촬영장 가는 길이 무척 즐겁고 설렜던 기억이 나네요. 

    Q. 촬영장에 귀신이 나타나거나 귀신과 관련된 일을 겪으면 반드시 흥행에 성공한다는 속설이 있는데요. 촬영 당시 오싹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 아쉽게도(?) 귀신이 나온 적은 없었는데요. 반대로 저 때문에 주변이 오싹해진 순간이 있었습니다. (웃음) 드라마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의상이나 머리 스타일이, 밤에 마주치면 깜짝 놀라는 비주얼이라…. 밤에 촬영할 때 제가 분장을 다 마치고 화장실 등을 왔다 갔다 했는데요. 그때마다 여러 스태프분들을 놀라게 했던 것 같습니다. (웃음)
    Q. '수살귀'로 변신한 드라마 속 모습이 무척이나 공포스러웠는데요. 배우님께서도 본인이 나온 장면을 보면서 섬뜩한 느낌을 받지는 않으셨는지요. 방영 당시 가족분들 반응도 궁금하네요. 

    - 개인적으로 저의 첫 등장 신이 오싹오싹하다 못해, '악' 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나오는 신을 보니, 분장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지 별로 놀랍지가 않더라고요. 

    대신 엄마의 리액션이 좋았습니다. 원래 저희 엄마가 무서운 걸 아예 못 보시거든요. 그래도 딸이 나온다고 하니, 큰 맘 먹고 보셨는데요. 아주 많이 놀라셔서 정말로 뿌듯했습니다. (웃음)

    Q. 평소 공포영화를 즐겨보시는 편인가요? 

    - 아뇨, 저 진짜로 귀신 나오는 영화는 하나도 못봅니다. 사람이 공포스럽게 나오는 영화는 잘 보는데요. 귀신류는 정말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연기자로서 안 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대낮에 엄청 밝을 때, 몇 장면 살짝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취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촬영 휴지기에는 주로 어떻게 여가를 보내시는지 궁금하네요. 

    - 취미가 정말 많은데요. 공통점은 다 집에서 하는 거라는…. 책 읽기, 책 필사하기, 필사한 거 꾸미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닌텐도 하기, 애니 보기, '겨울 한정' 뜨개질하기, 가챠 뽑기 하기, 만화책 보기, 가방 키링으로 꾸미기 등등, 정말 많죠? 가끔 친한 친구랑 공원에 가서 사진 찍고 놀기도 하는데요. 촬영이 없을 때는 대부분 집에만 '콕' 박혀 있답니다.
    Q. 지난 2월 공개된 숏폼드라마 '러브 웨이브'에선 '남장 여인'으로 출연하셨잖아요. 여배우로서 '남장 연기'를 한다는 건 대단한 도전으로 보이거든요. 일단 출연 계기가 궁금하고요. 촬영 당시 재미난 일들도 많이 있었을 것 같아요. 

    - '남장 여인' 역이라는 건 오디션에 합격하고 나서 알게 됐어요. 사실 더 좋았어요. 살면서 이런 역을 또 언제 해보겠냐는 생각에 더 기대가 됐죠. 촬영 막바지에는 모든 분들이 남장한 제 모습에 더 익숙해지셔서 평소 제 모습을 보고 좀 낯설어 하셨던 반응들이 생각나네요. 

    Q.
    김희애 씨의 아역으로 나왔던 넷플릭스 '돌풍'도 빼놓을 수 없죠. 현장에서 김희애 씨를 만난 적은 없으셨나요? 대본 리딩 때는 함께하셨죠?

    - 김희애 선배님은 정말 정말 제가 사랑하는 분이에요. 함께 촬영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어서 여운이 오래갔어요. 지금도 선배님에 대한 얘기를 하니 제 가슴이 두근두근하네요. 리딩 때 처음 뵙고, 마지막 촬영 때 뵀는데요. 정말로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시고, 격려해 주셨어요. 꺅~. 

    정말 감사했죠. 평소에 너무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이라, 제가 긴장을 정말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선배님의 따뜻함에 그 긴장이 다 풀려 버렸어요. 지근거리에서 대배우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Q. 그동안 다양한 광고 모델로 활동하면서 '실물 여신'이라는 별칭까지 얻으셨는데요. '배우'로서의 '존재감'은 최근에서야 커졌다는 느낌입니다. 혹시 배우의 길을 택한 것을 후회하거나 고민한 적은 없으셨나요?

    - 하하하, '실물 여신'이라니…. 부끄럽네요.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닌데. (웃음) 제가 배우의 길을 택한 것을 두고 후회하거나 고민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어요. 제 성격이 아주 낙천적이거든요. 자잘한 걱정은 잘 안 하는 편이죠. 그런 성격이 한 몫 한 것 같아요. 

    주변 반응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그럴 시간에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주의예요. 물론 배우의 길이 험난하고 매우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다 보면 좋은 결실을 맺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실물 여신' '수살귀 언니' 말고 얻고 싶은 별명이 있다면?

    - 팬들 사이에 별명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배우로서 기쁘고 감사한 일이죠. 어떤 별명이어도 상관 없어요. 그 별명으로 저를 기억해 주신다면 감사하죠. 

    Q. 앞으로 10년 후 배우님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셨나요? 각종 영화상에서 상을 휩쓰는 대배우가 돼 있을지도 모르고. 글로벌 작품에 출연해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톱스타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즐거운 상상을 한 번 해 본다면? 그런 10년 뒤의 자신에게 배우님이 꼭 들려주고픈 말이 있다면?

    - 집에서 쉴 때 혼자 미래에 대한 상상이란 상상은 다 하거든요. 영화제에 참석해 한 번만 객석에 앉아보고 싶다. 나아가 '네임드' 배우로 시상식 의자에도 앉고 싶다…. 이건 상상이 아닌가? 이런 즐거운 상상이나 바람을 혼자서 되뇌는 걸 좋아해요. 

    10년 뒤에도 제가 연기를 쭉 잘 하고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저 몸과 마음이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다 건강한 상태가 10년 뒤에도 계속 유지될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저에게 하고픈 말은, (시상식) 의자에는 앉아 봤니? 

    Q. 올해도 하반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요. 남은 기간 어떤 계획과 목표가 있으신가요?

    - 또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어떤 작품인지는 비밀입니다. (웃음) 남은 촬영을 잘 마무리하는 게 가장 큰 계획이고요. 기회가 돼서 또 좋은 소식을 팬 여러분에게 전해드리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김민정 기자 

    ※ 이 기사는 디지털포스트('PC사랑' 9월 호)에도 실립니다.
조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