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국유재산법 따라 기지 소유권 이전 불가독일·일본 등 미군기지도 사용권만 보장 사례"전략적 유연성 제약, 美에도 이익 되지 않아""트럼프, 日 임대·韓 공여인데 사실관계 혼동"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용 발언 해석 우세정상회담 성과 부각, 실질 합의는 빈약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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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한국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미국에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냐'는 질문에 "그걸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현재 미국이 한국에서 임차해서 쓰고 있는 주한미군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미국에 넘겨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 중 하나는 어쩌면 한국에 우리가 큰 기지를 갖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우리에게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기지를 건설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고 한국이 기여한 게 있지만 난 그걸(소유권) 원한다. 우리는 임대차 계약을 없애고 우리가 엄청난 군 기지를 두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고, 법적·제도적으로 근거가 없다. 미국 해외 군사기지 운영 구조는 주한미군기지와 같이 주둔국과 체결한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근거해 '사용권'만 부여받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독일·일본·이탈리아 등 주요 동맹국의 미군기지도 주둔국 소유·미군 사용 구조다. 독일은 연방정부 기관이 토지를 보유한 뒤 미군에 사용권을 제공하고, 일본은 정부가 사유지를 보상·임차해 미군에 공여한다. 반환 시에는 주둔국이 직접 환경 정화와 개발을 맡는다. 쿠바 관타나모, 영국령 디에고가르시아 등 '특수 점유'는 매우 예외적인 사례이며 국제법적으로 토지 소유권은 주둔국에 귀속된다.
현행 한미 SOFA 제2조는 한국이 주한미군에 시설과 구역을 '공여'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한국에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유권은 한국에 있고 미군은 사용권만 가진다는 의미다.
국유재산법도 군사기지와 같은 '행정재산'의 처분을 금지하고 있어 주한미군기지 부지를 미국에 양도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이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권리를 장기 임차나 특수 협정·점유 형태로 변경하려면 SOFA와 국내법을 고치거나 폐기해야 하므로 국회 비준까지 필요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워싱턴DC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주한미군부지는 한국이 '공여'하는 것이지 리스(임차) 개념이 아니다"라며 "소유권을 주고받는 구조가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SOFA에 따르면 한국은 시설과 권역(부지)을 공여하고 필요 없으면 반환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한미군기지 부지 소유권 이전은 기존 한미 SOFA 체계와 국내 법, 해외 전례를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없고, 이번 발언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위한 정치적 압박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군사 전문가인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에 "주한미군기지는 무상공여 구조라 임대료라는 개념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임대라고 언급하며 사실관계 자체를 혼동했다. 이는 임대료를 받는 주일미군기지 모델과 헷갈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는 부지를 미국 소유로 바꾸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제한돼 미국에도 불리하다. 결국 방위비 분담 압박용 발언으로 봐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미국이 한국에 임대료까지 내고 있는 것처럼 인식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비용을 많이 부담하니 한국도 더 분담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청한 주한미군 관계자는 "부지 소유권 같은 요구는 현실적으로 검토 대상이 아니지만, 결국 방위비 분담금이 크게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전 SNS를 통해 이 대통령을 압박하며 협상력을 끌어올렸다"며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는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국의 동의를 받아야 할 사안이 아닌 미국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는 목적은 미군의 순환 배치와 중국 견제다. 북한 억제에만 임무를 한정하자는 건 우리의 바람일 뿐"이라고 짚었다.
전직 안보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기지와 내정 관련 사안을 공개 석상에서 거론한 것은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신호"라며 "법적으로 불가능한 기지 소유권 문제를 꺼낸 것도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가 친북·친중 성향으로 굳어질 경우 미국 국익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이번 발언은 미국 내 이재명 정부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공동 합의문조차 나오지 않은 정상회담을 성과로 포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