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숙청·혁명, 교회·미군기지 압수수색 우려" 파장국내 '과잉수사' 비판 넘어 동맹 신뢰 흔드는 국제 이슈로법조계 "특검 상설화는 입법 폭주 … 사법질서·외교안보 모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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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특검 수사'를 정면으로 언급하면서 외교무대의 돌발 변수로 급부상했다.
한국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과잉수사'라는 논란을 낳아온 특검 문제가 이제는 한미동맹의 신뢰와 직결되는 외교 현안으로까지 번진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3시간여 앞두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대한민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어 사업을 할 수 없다"는 폭탄 발언을 남겼다.
이어 "교회와 미군기지 압수수색이 사실이라면 너무 나쁜 일"이라고 지적하며 최근 해병 특검과 내란 특검의 수사 방식을 문제 삼았다. 이는 지난달 해병 특검의 보수 기독교계 압수수색과 내란 특검의 평택 오산기지 수색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 "특검이 뭐길래 외교 의제까지 번지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오해 수준을 넘어, 한국 내 특검이 가진 권한과 정치적 성격이 정상회담 테이블에까지 올라왔음을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단 해명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내란 사태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혼란을 극복 중"이라며 "특검은 내 지휘 하에 있지 않고, 압수수색은 미군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한국군 통제 체계를 확인한 절차"라고 했다. "교회 압수수색 역시 오해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해명에도 특검 문제는 이제 단순한 국내 정치 사안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법학 교수는 "특검이 무제한 확장되면 국내 정치적 편향 논란을 넘어서 동맹국과의 관계에도 부담이 된다"며 "특히 미군기지 압수수색 같은 사안이 외교 문제로 비화하면 헌법·형사사법 체계뿐 아니라 외교안보 질서까지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란 특검이 실시한 평택 오산기지 압수수색의 경우 오산기지는 주한미군과 한국 공군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지난달 순직해병특검팀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를 참고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주거지와 교회 당회장실 등을 압수수색해 많은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이영훈 목사는 최근 열린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개관 간담회에서 "참고인을 무리하게 압수수색 수사한 것에 대해 특검이 유감 표명이라도 하길 기다린다"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교회 압수수색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일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자세한 사항은 회담장에서 이야기하자"고 못 박았다. 미국 측이 한국 정부의 해명을 일단 받아들이면서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 ▲ 지난 5월 10일 열린 오산기지 에어쇼 ⓒ연합뉴스
◆"특검, 한시적 제도인데 사실상 검찰청화"
특검 논란이 이제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까지 오르내리며 국제적 파장을 낳는 상황에서, 여당이 특검 권한을 더 확대하는 개정을 발의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는 사법 질서 혼란뿐 아니라 외교적 신뢰마저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특검 특별수사관을 지낸 김재식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는 "특검은 특정 사건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설치되는 제도인데, 민주당안은 사실상 일반 검찰청 수준의 인력과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수사 대상이 아닌 자의 범죄가 드러나면 통상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법 개정을 통해 특검이 무제한 수사를 이어가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예성 씨는 원래 특검 수사 대상 법조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번 개정안은 이를 억지로 끌어들이는 모양새"라며 "여러 고발과 제보까지 모두 포괄해 수사를 확대한다면 결국 어디까지 할 거냐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특검 기간을 연장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적은 있었으나 실제 통과된 전례는 없다"며 "여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앞세워 견제 없이 특검을 무한 확장한다면 헌정 질서 자체를 흔드는 폭주"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또 다른 우려로 '특검의 정치화'를 꼽았다. "이번 개정안이 특검 요청에 의해 발의된 것인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만약 실제로 특검의 요청이 있었다면, 특검이 정치적 중립성을 잃고 민주당과 교감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며 "특검이 정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오해를 자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을 줄이자고 외치면서도, 오히려 특검을 정치검찰처럼 키워 주요 정치 현안마다 특검법을 따로 발의해 수사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는 검찰 수사·기소 분리론과도 맞지 않고, 결국 민주당이 스스로 비판해 온 정치검찰화를 답습하는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개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법과잉·전근대적 권력 행사 … 외교안보 지형 흔드는 뇌관되나"
대한변협 인권위원을 지낸 이재원 변호사 역시 민주당의 '특검 강화' 행보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이미 특검을 통해 전직 대통령 부부가 구속되는 등 헌정사상 유례없는 강제 수사가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더 강력한 특검법을 발의한 것은 명백한 입법과잉이자, 특검을 권력의 도구화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어 "특검은 임시적·잠정적 제도임에도 민주당안은 특검을 상설 수사기관으로 변질시키는 것이고, 이는 전근대적 권력 행사"라며 "법을 통해 특검 권한을 무제한적으로 확대하면, 결국 피해는 힘없는 국민이 보게 된다. 법치주의가 제대로 살아있는 사회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연이어 내놓은 개정안이 결국 특검제도를 본래 취지에서 이탈시켜 '정치적 무기화'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검은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일 뿐, 상설적·무제한적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법학 교수는 "특검이 무제한 확장되면 수사기관의 체계가 중첩되고, 정치적 편향 의혹을 오히려 키우게 된다"며 "헌법과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고 말했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