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회담 전후 의전·내용 모두 외교 실책""회담에 기자회견·공동보도문 없이 마무리""1500억 달러 투자 약속했지만 외교 성과 불투명"
  • ▲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이종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와 미군기지 압수수색을 직접 거론한 데 대해 국민의힘이 '그 자체로 심대한 외교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보수 기독교계와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수사가 회담 의제가 된 것은 '외교 실패의 극단적 사례'라고 규정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듯 잭 스미스, 이명헌, 조은석 특검은 국민과 교회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교회와 미군기지 압수수색 사실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것 자체가 심대한 외교참사"라고 덧붙였다.

    송 원내대표는 "의전은 그 자체로 외교이고, 의전 참사는 곧 외교 참사"라며 "의전장에도 나오지 않고, 회담 직전 SNS에서 '숙청', '혁명' 이런 부분이 언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상회담이 끝나고 공동회견은커녕 배웅조차 해주지 않은 것까지 한마디로 전 과정이 역대급 외교참사"라고 꼬집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그는 회담장에서도 "교회와 미군기지 압수수색이 사실이라면 너무 나쁜 일"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아시는 것처럼 친위 쿠데타로 인한 혼란이 극복된 지 얼마 안 된 상태이며, 내란 상황에 대해 국회가 임명한 특검에 의해서 사실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특검이 내 통제 하에 있지는 않지만 대한민국 검사가 하는 일은 사실 확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것이 아니라 한국군 통제 체계를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교회 압수수색 역시 오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외교 무대에서 국가 이미지에 타격을 준 장면이 연출됐다고 보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정상회담에서 기자회견문이나 공동보도문이 없어서 자세한 내용을 아직 알지는 못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욕적인 아부를 늘어놓은 부분은 국민이 다 지켜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피습 사진이 실린) 사진첩 외에 무엇을 얻었는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경제 현안에 대한 구체적 성과도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송 원내대표는 "쌀과 소고기를 비롯한 농산물 개방 부분에 대해 국민과 농민의 우려를 해소할 만큼 클리어하게 정리된 것이 없다"며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같은 대미 수출 주력 품목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언급했지만 관세율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언급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1500억 달러 투자를 추가로 갖다 바친 굴욕 외교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 진행 방식에 대해서도 '병풍 외교'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송 원내대표는 "공개 회담 내내 답변 기회를 갖지 못한 병풍 외교, 입국과 숙박·환송 과정까지 홀대를 당한 수모 외교"라며 "이번 회담은 최악의 의전 참사, 역대급 외교 참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이게 과연 정상회담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양국 정상 간 회담으로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25일(현지시간) 오후 12시40분부터 약 1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이번 회담에 참석했으며 회담 후 별도의 공동 기자회견이나 보도문 없이 일정을 마쳤다.

    회담에서는 북미 정상 간 대화 재개, 조선·에너지 분야 경제 협력,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 문제, 한국의 대미 투자 및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