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트럼프 韓 특검 수사 비난 후 "오해"로 말 바꾼 점 등 지적WP "트럼프 숙청-혁명 주장, 비상계엄~탄핵 등 李 집권 과정에 불만 드러낸 것"NYT "李-김정은 만남 주선 제안한 트럼프, 韓 정치의 가장 민감한 문제 뛰어들어"
  • ▲ 워싱턴 포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250826 ⓒwashingtonpost.com

    미국 백악관에서 25일(현지시각)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우려됐던 긴장은 피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주요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회담에 앞서 SNS를 통해 한국 특검의 수사를 겨냥한 발언으로 인해 이 대통령이 회담에서 곤혹스러운 순간을 맞을 가능성이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회담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은 북한, 국가안보, 조선업 분야에서의 긴밀한 협력을 위한 낙관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우린 당신과 100% 함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이는 그(트럼프 대통령)가 이날 오전 한국의 정치적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수십년 된 동맹국과의 긴장을 악화시켰던 발언과는 대조적"이라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가진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자들에게 "최근 며칠간 교회에 대한 새로운 한국 정부의 아주 악랄한 급습이 있었다고 들었다. 심지어 우리 군사기지에도 들어가 정보를 빼냈다고 한다. 그들은 그러면 안 됐다"면서 앞선 SNS 언급을 자세히 설명하느라 예정된 회담 시작 시각을 넘겨 이 대통령을 기다리게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막상 오벌오피스(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두 정상간 회담에서는 환담이 오갔으며 해당 사안에 대한 이 대통령의 설명에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 압수수색에 관한 소문이 있었는데,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말을 바꿨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이 대통령의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는 신호"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한·미 정상회담 소식을 보도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의 정치적인 여건을 비판했지만, 회담에서는 긴장을 피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불과 약 3시간 앞두고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냐"며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상황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런 상황에서는, 그곳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며 "오늘 백악관에서 새 대통령을 만나게 됐다. 이 문제에 대한 관심에 감사하다"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WP는 "이 대통령이 권력을 잡은 과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명백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탄핵당하고 이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된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WP는 이 대통령이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겪은 것과 비슷하게 "궁지에 몰릴 수도 있었다"고 짚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자신의 앞선 발언을 "오해"로 결론 내리고 "한국에 대해 매우 따뜻하게 느낀다"고 언급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이 대통령이 회담 서두에 오벌오피스 리모델링과 세계평화를 위한 노력,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최고치 기록 등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찬사를 건넸고, 북한과의 대화를 요청하면서 "북한에 트럼프월드도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농담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소를 자아냈다고 짚었다.

    아울러 WP는 "트럼프와 한국의 새 대통령은 암살 시도와 형사 기소, 재판, 유죄 판결 등 공통된 경험을 갖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두 지도자가 첫 만남으로 친밀한 관계(rapport)를 형성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진행한 포고문 서명식에서 이 대통령에 대해 "그(이 대통령)는 매우 좋은 남자(guy)이며 매우 좋은 한국 대표다"라고 칭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담에 대해 "수십년간 이어져 온 한·미동맹이 긴장의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독재자 김정은을 칭찬했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 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한국 정치의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에 개입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묘사했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