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회담 앞두고 "韓서 숙청·혁명 일어나 … 韓서 사업 못해" 충격 발언李 "韓, 교회 수색하고 미군기지서 정보 수집" … 트럼프 "오해일 수도"트럼프 "교회·미군기지 압수수색 사실이라면 너무 나쁜 일"李 "혼란 극복 중 … 특검, 미군 아닌 한국군 통제 시스템 확인" 해명
  •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취임 82일 만에 성사된 한미 정상회담이 25일(현지시각) 낮 12시40분쯤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3시간여 앞두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어 사업을 할 수 없다"는 폭탄 발언을 내놔 대통령실을 바짝 긴장하게 했으나, 정작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부드러운 분위기로 1시간가량 대화를 이어갔다.

    이날 두 정상은 나란히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많은 조사와 공부를 한 것으로 보이는 이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도 만나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도 칠 수 있게 해주고 세계사적인 평화의 메이커 역할을 꼭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미인 '골프'를 언급한 것이다.

    특히 이날 하이라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에 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회와 미군기지 압수수색이 사실이라면 너무 나쁜 일"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해병 특검이 보수 기독교계 인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압수수색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 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대한민국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고 썼다. 이는 앞서 내란 특검이 실시한 평택 오산기지 압수수색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한국은 내란 사태를 겪은 지 얼마되지 않아 혼란을 극복 중"이라며 "특검이 내 지휘 하에 있지는 않지만 확실한 것은 압수수색은 사실 확인을 위한 절차이며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것이 아니라 한국군 통제 체계를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교회 압수수색 역시 오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산기지는 주한미군과 한국 공군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회 수색에 대해 "오해일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자세한 사항은 회담장에서 하자"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해당 의혹에 대해 '루머(소문)'이라고 칭하면서도 경제 현안을 주로 다룰 오찬 회담에서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한 데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의 3500억 달러(약 487조 원) 규모 대미 투자,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을 논의하면서 이재명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구실로 사용하려는 속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초반 "한국이 관세 추가 협상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다 들어줄 수는 없지만 요청은 받아주도록 하겠다"면서도 "그것이 한국이 뭔가 얻어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추가 무역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을 넘겨 달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주한미군 기지 부지를 미군이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한국에 우리의 큰 기지가 있는 땅의 소유권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기여한 게 있지만 우리는 기지를 건설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고 난 소유권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한미군의 규모를 4만명 이상이라고 언급했는데, 실제로는 약 2만8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대로 조선·방위산업 부문에서 협력 및 미국산 상품 수출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에서 선박을 살 것"이라면서도 "한국이 미국에서 우리 노동자를 이용해 선박을 만들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부 선박은 한국 조선소에서 주문하되, 나머지는 한국 조선업체들의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에서 건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만든다"면서 "한국은 미국 군사장비의 큰 구매국"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B-2 스텔스 폭격기, 급유기, 전투기를 일일이 거명하며 성능을 홍보했다. 이날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입 확대가 포함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밖에 신경 쓰고 있는 산업 분야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합작 벤처 등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도 언급했다.

    이후 두 정상은 오찬을 겸한 회담을 이어가기 위해 캐비닛룸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