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K리그1 27라운드에서 울산에 3-2 승리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인 서울 팬들, 김기동 서울 감독 향해 야유감독과 팬이 하나가 되지 못하는 팀은 성공하지 못해
  • ▲ 서울이 울산과 K리그1 27라운드를 치르는 가운데 서울 팬들은 김기동 서울 감독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뉴데일리

    축구팀이 홈구장에서 더 강한 이유가 있다. 홈팬들의 응원과 지지, 그리고 상대를 압도하는 목소리 때문이다. 서포터즈를 '12번째 멤버'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런데 홈구장에서 홈팬들의 '야유'를 받는다면 어떨까. 이런 일이 K리그1에서 일어나고 있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홈팬들의 야유를 받는 감독은 2명이었다. 한 명은 김기동 FC서울 감독. 다른 한 명은 김판곤 울산HD 감독이었다. 

    들쑥날쑥한 성적과 서울 '레전드' 기성용 포항 스틸러스 이적 사태로 인해 김기동 감독은 서울 팬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경기장에는 김기동 감독 야유로 넘쳐났다. 승리를 잊은 김판곤 울산 감독 역시 울산 팬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지난 7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두 감독을 향한 분노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두 감독이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장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서울 팬들은 김기동 감독을 야유하고, 울산 팬들은 김판곤 감독을 야유하고. 두 팀의 팬들이 경쟁하듯 자신의 감독이 더 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변화가 생겼다. K리그에서 홈팬의 야유를 받는 감독은 '유이한' 감독에서 '유일한' 감독으로 바뀌었다. 김판곤 감독은 결국 울산 지휘봉을 내려놨다. 김기동 감독은 여전히 서울을 이끌고 있다. 김기동 감독은 홈팬들의 야유를 받는 유일한 감독이 됐다. 

    기성용 사태는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서울 팬들의 김 감독을 향한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서울이라는 팀은 감독과 팬의 불신이 팽배하다. 

    24일 2만 737명이 운집한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은 다시 울산을 만났다. 분위기는 달랐다. 울산은 김판곤 감독이 물러나고 신태용 감독이 새롭게 왔다. 울산 팬들의 야유는 없었다. 신 감독을 응원했다. 경기장에는 김기동 감독을 향한 야유만 울려 퍼졌다. 

    킥오프 전 경기장 전광판에 서울 선수 소개가 나오자 서울 팬들은 환호하며 선수 이름을 외쳤다. 그러다 김 감독의 얼굴이 등장했다. 서울 팬들은 돌변했다. 일제히 환호를 야유로 바꿨다. 

    경기가 시작됐고, 서울은 전반에만 3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았다. 서울이 골을 넣을 때마다 서울 팬들은 열광했다. 승리의 기운을 만끽했다. 이런 서울 팬들이 경기 중 야유를 보내는 유일한 상황이 있었는데, 김 감독 모습이 전광판에 잡힐 때였다. 그때마다 서울 팬들은 감정의 다른 부분을 꺼냈다. 

    서울은 경기 막판 울산의 거센 공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3골을 잘 지켜내며 3-2 승리로 경기를 마쳤다. 에이스이자 캡틴 제시 린가드가 빠진 상황. 지난 26라운드에서 김천 상무에 2-6 참패를 당한 상황. 위험한 상황에서 반전을 이뤄냈다. 

    서울의 모둔 구성원들이 웃을 수 있는 경기, 경기력, 분위기였다. 단 한 사람, 김 감독만 제외하고.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감 감독은 "오랜만에 홈에서 승리를 했다. 서울 팬들이 많이 좋아하더라.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승리 소감의 첫 마디를 서울 팬들을 위해 썼다. 

    이런 마음이 서울 팬들에게는 닿지 않았나 보다. 기성용 사태 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음에도 여전히 서울 팬들의 야유를 받고 있는 김 감독. 이 현상에 대해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어려운 시기다.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감독과 선수들은 하나가 돼야 하고, 팬과 하나가 돼야 한다고.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은 건, 어려운 시기에 팀이 조금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는 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이 간절한 김 감독의 목소리를 서울 팬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그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언제 다시 김 감독을 향해 환호할지 기약이 없다. 어쩌면 이 불신의 시간이 시즌 내내 이어질 수도 있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 가면 모두가 상처받를 받는다. 서울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다. 김 감독과 서울 팬 모두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 일방적인 방법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결될지 모른다.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조차 모르겠다. 
    ▲ 김기동 서울 감독이 울산과 경기에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확실한 건, 이대로 가면 서울은 절대 상승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올 시즌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혔던 서울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다. 반전할 듯하면서 반전하지 못했고, 상승할 듯하면서 또 하락했다. 서울의 연승은 올 시즌 단 한 번 뿐이다. 

    좀처럼 반전 동력을 찾지 못하는 서울. 김 감독은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항상 중요한 시점마다 변수들이 생겨 힘을 받지 못한 게 아쉽다. 정승원, 문선민, 클리말라, 김주성, 박수일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 등의 이유로 예상치 못하게 빠져나갔다. 물론 내가 극복해야 할 일이지만 변수가 너무 많았다. 흐름을 못살린 게 아쉬웠다. 집중력을 늘 고민한다. 쉽게 이뤄지지 않더라. 선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연승이 나오지 않을까."

    축구는 변수의 싸움이다. 어떤 팀도 100% 완벽한 스쿼드로 시즌을 치를 수 없다. 변수에 대응하고, 극복하는 방법에 따라 강팀과 약팀이 나뉜다. 

    지금 서울은 '최악의 변수'에 맞닥뜨렸다. 팬이 지지하지 않는 감독이 있다는 이례적인 변수다. 팬과 감독이 하나 되지 못하는 팀은 결단코 잘될 수 없다. 잘되는 게 더 이상하다. 서울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데에는 분명 서울 팬들의 영향도 있다. 김 감독이 서울 팬들의 100% 지지를 받았다면, 결과는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다.   

    서울이 올 시즌 진정한 상승과 반전을 원한다면, 그들 앞에 놓인 '최악의 변수'부터 해결해야 한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이 문제를 풀고 다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더 다가서고, 더 소통하고, 더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과 기대가 생긴다. 

    이런 식으로 감독과 팬들이 다른 방향으로 간다면, 결국 서울의 모든 구성원이 그 피해를 봐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리그의 낙오자가 될 뿐이다.   
상암=최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