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일 회담 두고 "백악관 구애 행각" 맹비난"한일 협력, 미일한 군사동맹 구조 제고" 경고
  •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최근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백악관 나들이 때 있을 수 있는 외교 참사도 피해 볼 작정으로 급기야 자발적인 친일 검증 행각길"이라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 대외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김혁남이라는 개인 필명으로 작성된 '3각 군사공조 실현의 척후로 나선 서울 위정자의 추태'라는 글을 전하며 "23일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진행됐으며, 한국 집권자가 흔들림 없는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곧 만나게 될 백악관 주인에게 구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원래 한국 집권자의 일본 행각은 집권하면 미국부터 먼저 찾곤 하던 한국 외교사의 관례를 거스른 것으로 하여 시작 전부터 여론의 주의를 끌었다. 친미 사대외교의 전통까지 무시한 듯한 이번 도쿄 행각의 배경에는 바로 현 집권자에 대한 미국의 불신과 그로 인한 하수인의 번민이 얽혀 있다"고 이 대통령의 방일을 '친일 행위'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이재명이 야당 대표 시절 민심 유혹을 위해 내뱉곤 하던 '대일 강경' 발언으로 얻어 쓴 '반일' 감투 때문에 집권 이후 일본 내부의 싸늘한 시선은 물론 미국의 냉대와 압박을 받아온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이번 회담을 두고 "워싱턴의 '오해'를 덜어보려는 서울의 불안 심리가 빚어낸 외교 촌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로부터 미국의 대외 전략 실행의 핵심 수단인 미일한 3각 군사동맹의 한 축으로 되는 한일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는 확고한 자세를 보여주어 상전의 의심을 해소하고 백악관 나들이 때 있을 수 있는 외교 참사도 피해 볼 작정으로 급기야 자발적인 친일 검증 행각길에 오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또 "문제는 앞으로 친일 신조를 행동적으로 증명하려는 이 서울 위정자의 과잉 욕구가 지역의 안보 위기를 한층 고조시킬 것이라는 것"이라며 "한일 사이의 협력 강화로 침략적인 미일한 3각 군사동맹의 구조와 기능이 더욱 제고될 것이며 그로 하여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 정세에 엄중한 영향이 미치게 되리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했다.

    북한은 특히 한일 공동언론발표문에 담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해 "이번에 양국이 '북의 완전한 비핵화'와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운운하며 미일한 공조를 바탕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 세계적 범위에서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떠들어 댄 사실이 그것을 입증해준다"며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행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 표명으로, 파국적인 안보 환경을 예고한다"고 위협했다.

    한일 공동 언론 발표문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정책에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 대통령과의 공동 언론발표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일본과 한국, 일한미 3국 간에서 긴밀히 공조해 대응해 나가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러한 언급은 한일 공동언론발표문 작성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관철시킨 것으로 보이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미국과 일본이 목표로 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해석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지만, 한국 정부는 정권에 따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사용해 왔다. 특히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핵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가능한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 연합연습 폐지, 즉 미국 확장억제(핵우산) 무력화로 규정하며 한미 연합연습을 '핵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해 왔다.

    북한은 또 "현실은 미국 상전의 눈에 들기 위해 침략적인 미일한 3각 군사 공조 실현의 척후로 나서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거래·흥정물로 내들고 있는 한국 집권자의 추악한 대결 정체를 적나라하게 조명하고 있다"며 "우리는 패권 지향적인 미국과 그 추종자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우려스러운 사태를 절대로 수수방관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