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여전히 비싸게 잘 팔린다쌀도 마찬가지한국쌀도 한우 대접 받도록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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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쌀시장 열리면 이런 전농 트랙터들이 도심으로 진출할 거다. 현 정부 지지한 전농을 이재명 정권이 어떻게 다룰까. ⓒ 서성진 기자
《FTA '히스토리'와 광우병 '히스테리'》
■ 들들 볶일 이유 없다
“들들 볶고 있다.”
한반도가 후라이팬 같다.
한미정상회담이 곧 열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매일 상황이 터지고 있고, 미국이 들들 볶고 있다”고 한다.
한국《들들 볶는》것 중 하나는 농축산물 시장일 가능성이 크다.
선동 휘발성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관세협상 때《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 측은《역사적 개방》이라고 표현했다.
■ 광우병은 광우뻥
하나 짚을 게 있다.
시장개방이 국내 농축산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한미 FTA와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차원의《광우병》소동이 있었다.
《오버》였다.
《뻥》이였다.
한우 값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한우 값은 여전히 비싸다.
왜일까?
미국산 소고기와 한우는 대체관계가 아니다.
한국 소고기 시장은《독점적 경쟁(monopolistic competition)》상태에 있다.
즉, 각 상품의 수요가 일정하게 주어진다.
예를 들면, 조용필 팬들은 오로지 조용필이다.
어느 가수도 조용필을《대체》하지 못한다.
그 팬들에게 조용필이《독점적》지위를 누리는 것이다.
즉,《조용필 수요》가 주어진 것이다.
그가 은퇴하면, 그 팬들은 비로소 다른 가수를 찾을테다.
소고기도 마찬가지다.
한우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와 한우는《같은》소고기가 아닌 것이다.
품질《차별화》로 인해, 그 둘은 사실상《다른》상품처럼 여겨진다.
증거가 있다. 마트에 가면, 소고기가 국산, 호주산, 캐나다산, 미국산 등이 다른 가격에 팔리고 있다.
국산도 지역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수요 패턴도 전혀 다르다.
강조하지만 그 둘은 대체관계가 될 수 없다.
이는 추가적 시장개방이 한우 값에 미칠 영향이 미미할 거란 뜻이다.
■ 한국쌀 고급화 하면 된다
쌀도 비슷하다.
시장개방으로 쌀값 폭락과 함께 한국 농업이 붕괴될 걸로 단정하면《오버》다.
《독점적 경쟁》은《소비 다양성》으로 이어진다.
《신무역이론》이 찾아낸 또 다른 무역이익이다.
그 공로로 폴 크루구먼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챙길 건 원산지 정보다.
누군가 고의로 속이지 않는다면, 국산 쌀은 기본 수요를 누릴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시장실패다.
누군가 수입산을 국산으로 속일《유인》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국민소득 수준이 향상될수록《친환경》《고품질》식재료의 수요가 많아진다.
따라서 원산지 정보만 정확하면, 국산 농축산물 가격은 폭락하지 않을테다.
■ 전략적 모호성, 개나 줘라
모든 나라는 자국 이익을 우선한다.
무역상대국에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건 자연스럽다.
문제는 한국의 대응방식이다.
그동안 한국이 채택해온 건《전략적 모호성》을 위한 혼합전략이었다.
미국은 이제《전략적 확실성》을 위해 순수전략을 요구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 한쪽을 찍어보라는 거다.
이를 두고 안보실장의《국익적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는 말은 한국의 딜레마를 반영한다.
한국의 생존과 번영은 한미동맹 즉, 안전보장책 덕분이다.
동맹국의 제안을 먼저 듣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중국도 그 상식을 모를 리 없다.
다만 그 상식을 깬 건, 문재인 정부의《중국몽》줄서기 외교였다.
이후 한국은 외교 공간에서 선택지가 줄어들었고, 그 균형경로는 나선형으로 휘기 시작했다.
지금 한국이 소용돌이치는 이유다.
비동맹국 심기 살피려다 동맹국의 신뢰를 잃으면, 한국은《계륵》신세가 될 수 있다.
조조가 한중 땅을 포기했던 건 지키기 사나워서였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것도 전략적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지키기 사나워서였을 수도 있다.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이양승 객원 논설위원 / 군산대 무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