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건의' 민주 강득구 의원마저 "성찰하라"전현희 최고위원 "국민께 겸허한 자세로"李·與 지지율 추락하는데 조국 광폭 행보조국당, 교섭단체 완화 요구 … 與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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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국회에서 만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거침없는 정치 행보에 더불어민주당조차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여론이 급랭하는 상황에서 조국당이 교섭단체 요건 완화까지 요구하자 민주당에서는 이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최근 조 전 대표의 광복절 특사 후폭풍이 거세지자 공개적인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복권된 상황에서 정치인으로 당연히 정치적 행보를 할 수 있다"면서도 "좀 더 겸허한 자세로 국민과 함께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공개적으로 건의한 강득구 민주당 의원마저 "성찰과 자숙이 필요하다"는 쓴소리를 냈다. 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지금의 모습은 당혹스럽다"며 "보편적인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날도 국회 소통관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조 전 대표를 지지하고 사면을 얘기한 사람들의 마음을 조 전 대표가 안다면 저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조 전 대표의 최근 모습을 보면 전형적인 엘리트 정치인의 모습인 것 같다"며 "국민과 괴리되고 민심이 이반되는 순간 정치인은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이 없어진다. 여권의 좋은 정치인으로 남고 더 큰 지도자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강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과 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최근 행보를 불편해 하는 시선이 많다는 전언이다.
조 전 대표는 특사로 풀려난 날부터 각종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여론의 빈축을 샀다. '된장찌개 서민 코스프레' 논란에 이어 "제가 몇 번의 사과를 한다고 2030이 마음을 열겠냐"고 발언하는 등 자녀 입시 비리에 관한 여론의 사과 요구를 일축해 비판이 일었다.
조 전 대표는 사면·복권된 지 엿새 만인 전날 조국당에 복당했고, 오는 11월 전당대회와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 의지도 드러냈다.
지난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조 전 대표는 오는 24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25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 일정이 예정됐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선 "벌써 대권주자 코스를 밟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 ▲ ⓒ유튜브 채널 '조국TV' 게시물 캡처
조 전 대표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허위 재산 신고 의혹이 제기됐던 김남국 전 민주당 의원과 옷값 특수활동비 결제 의혹의 김정숙 여사 관련 기사를 공유하면서 언론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 코인 게이트 운운하며 맹공을 퍼부으며 인격 말살을 자행했던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이 획책했던 김정숙 여사에 대한 무수한 중상모략에 대해 동조했던 언론들은 지금 반성하고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전후로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급락한 데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 전 대표가 활발한 정치 활동을 이어가자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전주 대비 8.5%포인트 하락하며 39.9%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 지지율 또한 2주 사이 12.2%포인트 빠지며 51.1%로 집계됐다.
하지만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엔(n)분의 1 정도의 영향"이라며 사실상 의미를 축소했다.
이에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엔분의 1' 발언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불편해 하는 분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에둘러 불만을 표출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인 사면으로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은 이 대통령"이라며 "(정치인 특사) 주무였던 수석으로서 괴로웠다. 대통령 지지율 떨어뜨린 주범이기도 해서 괴롭다"고 토로했다.
여권에서도 조 전 대표에 대한 불편한 기류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조국당은 교섭단체 요구 완화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지난 16일 한 언론매체 인터뷰에서 "야5당이 합의한 것이고 공당으로서의 약속"이라며 "민주당이 답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서왕진 혁신당 원내대표도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 구조를 바꾸어 더 다양한 민의가 반영되도록 하는 교섭단체 요건 정상화 관련 법안과 국민 청원이 이미 운영위원회에 올라와 있다"면서 "정치개혁의 성과는 이재명 정부가 임기 초 국민 앞에 내놓을 가장 큰 업적이자 약속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조 전 대표와 조국혁신당이 차분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대통령과 당으로서는 큰 부담을 지고 사면까지 결정했는데 마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에 빚을 진 것처럼 구는 것으로 비친다"며 "조금 더 자중하고 시간을 기다릴 순 없는 것이냐"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