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기준 합의 못 해 … 시장 불안만 키워""李, MB와 정반대 … 중도보수 간판 왜 걸었나"
-
-
-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1일 집권 초기부터 폭주를 이어간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또 '실용적 지도자'의 기대로 출발한 이재명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상반되는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하다가 결국 가장 크게 망하는 사람은 바로 처음 운으로 돈을 번 사람이다. 흔히 '신참자의 운' '개업빨'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반에 운 좋게 돈을 벌면 사람은 흥분한다. 마치 내가 워런 버핏이라도 된 듯 착각한다"며 "그러다 결국 브레이크 풀린 차처럼 폭주하다가 크게 망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저는 지금 이재명 정권이 그런 개업빨 정부가 되지 않길 바란다. 계엄 정국이라는 구조적 눌림목이 풀린 것을 자기 실력으로 착각하고 폭주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달 31일 처음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지금 코스피 지수가 보여주듯 국민 경제의 신뢰는 흔들리고 있다"며 "10억이냐 50억이냐, 대주주 기준 하나도 당정 협의로 원만하게 합의하지 못하고 시장에 불안감을 키우는 걸 보면 참 안타깝다. 코스피가 어디까지 빠져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도 보수'를 표방한 이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실용적 지도자'의 기대를 받아 출범했지만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이 대통령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사실상 이 전 대통령과 같은 실용적 지도자의 기대를 받고 출발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키워드는 분명했다. 실용, 탈이념이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런데 지금 이 정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며 "교조적 사고에 빠져 돈 퍼주기, 증세, 편향적 인사에 몰두하고 있다. 합리 대신 교조, 실용 대신 도그마다. 국민은 '이럴 거면 중도보수라는 간판은 왜 걸었느냐'고 묻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대통령께서는 후보 시절 스스로를 중도보수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그 의미를 곱씹어보면 대통령 머릿속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가운데', 즉 중도라는 인식을 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김정은 입장에는 우리 모두가 오른쪽일 것이다. 극우 논객 전한길 씨의 눈에는 이준석이 왼쪽으로 보일 것"이라며 "전교조와 민주노총을 '중도'라고 인식하는 것 또한 착각이다. 그것은 균형이 아니라 좌표 자체가 어긋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전교조에서 수석위원장을 지낸 최 후보자는 '검찰의 칼춤' '탕탕절' 등 과거 SNS에 게시한 정치적 발언으로 정치 편향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는 "SNS에서 했던 수많은 과격한 표현은 교육정책의 수장이 되기에는 매우 위험해 보인다"며 "천안함 피격 사건을 두고 '이스라엘 잠수정과 충돌했다'는 음모론을 믿었다는 것도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에게 간곡히 말씀드린다. 지명을 지금이라도 철회하라"고 요청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교조적 고집이 아니라 실용적 균형 감각, 패거리식 인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인사"라며 "개업빨로 흥분한 정권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안정시키고 대한민국을 실용적으로 이끌어가는 정권이 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거강조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과 경쟁한 이 대표는 새 정부 출범 초기에는 비판을 자제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난 4일 당 지도부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정부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이제는 기대가 아니라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예고했다.

황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