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3대 지수, AI 거품론 확산에 기술주 투매 랠리MIT "5%만 수백만달러 가치 창출…95%는 수익도 못 내"알트만 "투자자들, AI에 과하게 흥분" 지적하며 "통제 불능" 경고"AI 혁명, 향후 2~3년간 기술주 강세장 주도…닷컴버블과 다르다"
  • ▲ AI.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사흘째 혼조로 마감했다. AI 업계 거품론이 확산하면서 이날도 기술주 투매가 이어졌다. 고점 부담과 함께 투매 심리가 자극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20일(미국 동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6.04P(0.04%) 오른 4만4938.31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5.59P(0.24%) 밀린 6395.78, 나스닥종합지수는 142.10P(0.67%) 떨어진 2만1172.86에 장을 마쳤다.

    기술주에 대한 투매가 이날도 이어졌다.

    개장 직후 AI 및 반도체 관련주에 하방압력이 강하게 가해지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장 중 1.92%까지 낙폭을 확대하기도 했다. AI 및 반도체 관련주 중심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장 중 낙폭이 3.38%까지 벌어졌다.

    올해 시장을 이끌었던 AI 및 반도체 관련주를 둘러싸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는 데다 상승 동력도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주가를 계속 짓누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시가총액 1조달러 이상의 거대 기술기업은 모두 1% 안팎으로 하락했다. AI 투자 붐을 발판으로 세계 최초 시총 4조 달러에 오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장 중 3.89%까지 내려갔으나, 약보합으로 선방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가 내놓은 보고서가 회자하면서 기술주에 하방압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MIT의 난다(NANDA) 이니셔티브는 이번 주 발행한 보고서에서 "AI 파일럿 프로그램 가운데 5%만 수백만달러의 가치를 창출했고, 나머지 95%는 아무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샘 알트만 오픈AI CEO가 AI 산업이 과도한 투자 속 '거품'일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했다.

    알트만 CEO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AI는 오랜만에 등장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면서도 "투자자들이 AI에 과도하게 흥분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15초 동안 '거품'이란 표현을 세 차례 반복하며 AI 기업들의 가치가 "이미 통제 불능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이를 기술 발전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봤다.

    알트만 CEO는 "'닷컴버블' 붕괴가 수많은 기업을 쓸어냈지만, 그 결과 현대 인터넷이 태어났다"며 "AI 역시 일부 기업을 몰락시키겠지만, 이는 결국 사회 전체에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투자자들의 불안은 약 7개월 만에 재현된 것으로, 올해 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고성능 연산칩 없이도 챗GPT에 필적하는 모델을 내놓자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당시 주가 변동은 AI가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등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아이빙 인베스터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이컵 손넨버그는 "시장은 과열돼 있었고, 오늘은 고모멘텀 종목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AI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오픈AI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아마존·메타 등 주요 빅테크들이 시장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고, AI 수요 대응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웨드부시증권의 글로벌 기술리서치 총괄 댄 아이브스는 "거품이 일부 있는 것은 맞지만, AI 혁신은 이제 막 시작됐고, 중장기적 실제 영향력은 오히려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앞으로 2~3년 동안 AI 혁명이 기술주 강세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이번 제4차 산업혁명 구축을 위해 수조달러가 투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AI 투자 열풍은 1990년대 말 닷컴버블과 달리 실제 현금흐름과 구조적 수요에 기반한다고 평가하면서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롭 로웨 애널리스트는 "닷컴버블 당시에는 과도한 차입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기업이 견고한 이익과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부채가 아닌 자체 현금흐름이 성장 동력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AI 거품 경고 역시 잇따르고 있다.

    AI 관련 일부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만으로 수억달러를 유치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를 쫓아 광적인 속도로 몰려들고 있다.

    알리바바 공동 창업자 조 사이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실제 수요 없이 투기적으로 진행되는 점이 AI 거품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로크는 "현재 S&P500 상위 10개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펀더멘털 대비 1990년대 닷컴버블 정점보다도 높다"며 "이번 AI 붐이 인터넷 버블을 규모 면에서 능가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