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두 차례 압수수색 시도…"명단 대조일 뿐" 해명국힘 "500만 개인정보 강탈" … 위헌적 압수수색 반발법조계 "헌법 위반 소지 … 과잉수사이자 기본권 침해"
  • ▲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 18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앞에서 현장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야당탄압 정치보복 압수수색 규탄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이종현 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재차 시도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검이 "통일교 집단 입당 의혹" 확인을 명분으로 당원명부 확보를 요구했지만, 정당 내부 핵심자료를 무분별하게 들여다보려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정당의 자율성과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과잉수사라는 지적이다.

    ◆특검, 두 차례 압수수색 시도 … "500만 개인정보 강탈" 반발


    특검팀은 지난 13일에 이어 18일에도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당직자들의 반발에 막혀 물러난 바 있다. 20일은 영장 효력이 만료되는 날로, 특검은 이날도 집행 재시도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명부를 대조해 집단적 입당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정희 특별검사보는 "언론에서 압수수색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명단 대조' 작업"이라며 "당원명부 자체를 열람하거나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해 동일성을 확인하는 절차"라고 해명했다. 그는 "임의제출 형식도 아니고, 특검이 당원명부를 확보해가는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특검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당의 당원관리 시스템에 수사기관이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명부 확인과 다르지 않다는 이유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서 당사 압수수색을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며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오늘이 부당한 야당 탄압·정치보복 영장 만료일인데, 특검이 다시 당사 침탈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초법적인 대규모 개인정보 강탈 시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영장에 적시된 5개 범죄사실 가운데 당원 가입 여부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항은 단 하나도 없다"며 "범죄와 연관성을 소명하지도 못하면서 500만명에 달하는 당원의 개인정보를 가져가겠다는 것은 명백히 위헌적이고 위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부당한 야당탄압이자 정치보복에 불과하다"며 특검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은 이날 서울 광화문 특검 사무실 앞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항의 시위를 벌였으며, 이어 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해 규탄 집회를 이어갔다.
    ▲ '통일교 입당의혹'을 수사 중인 김건희특검이 국민의힘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시도 중이라고 알려진 지난 18일 국회 본청 내 국민의힘 당직자실로 특검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법조계 "헌법 위반 소지 … 과잉수사이자 기본권 침해"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압수수색 시도가 단순한 수사 기법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는 "당원명부는 정당의 가장 핵심적인 내부 자료인데, 이를 수사기관이 확보하려는 시도는 국민의 기본권과 정치적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 가입과 탈퇴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라며 "통일교 의혹을 규명하려면 정당이 아니라 종교단체를 상대로 수사해야 하며, 무리하게 정당을 겨냥한다면 헌법 저촉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헌법을 위반한 행위가 정당에서 발생했다면 모르겠지만 그 정도 사안이 아님에도 명단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은 법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검의 당원명부 압수수색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 개인정보 침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 한 국회의원이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전화번호 공개 문제로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일면서 수억원의 벌금을 배상한 바가 있다"며 "이처럼 개인정보는 최대한 지켜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나서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대한변협 인권위원을 지낸 이재원 변호사도 "공권력은 목적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도로 행사돼야 한다는 비례원칙이 있는데, 이번 특검의 압수수색 요구는 그 원칙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며 "정당 전체의 당원 개인정보를 털겠다는 것은 개인정보 침해이자 정치적 탄압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통일교가 조직적으로 정치활동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수사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정당 전체의 명부를 요구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도 어긋나고, 정치적 자유를 위축시켜 결국 정당 가입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통일교 집단 입당 의혹"이라는 수사 명분과 헌법이 보장한 정당 활동의 자유라는 원칙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특검은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한 종교단체의 정치개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수단으로 택한 "당원명부 확보"는 오히려 헌법 제8조가 보장한 정당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역풍을 불러오고 있다.

    이 변호사는 "어떤 정당이 수사기관에 당원 개인정보를 100% 다 털린다고 한다면, 과연 그 정당에 가입하겠느냐"며 "그 자체가 탄압이다"고 꼬집었다.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무리하게 당원명부를 들여다보려 한다면 결국 "헌법 위의 특검"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통일교 의혹 규명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수사의 범위와 방법이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원칙 때문이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