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힘·경영계 반발에도 입법 강행李 대통령, 실용주의 강조 … 합의는 실종국힘 "좌파 진영 대선 청구서 받아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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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하자 자리를 떠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1일부터 방송2법, 노란봉투법, 2차 상법 개정안 등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법안을 차례대로 처리한다고 밝히면서 여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설 계획이지만, 의석 수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이를 또다시 무력화할 전망이다. 야당과 협의하지 않고 입법을 강행하는 여당의 행보가 실용주의를 강조한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2법 중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23일에는 노란봉투법, 24일에는 2차 상법 개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법안이 상정될 때마다 필리버스터에 돌입한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후 24시간이 지날 때마다 토론 종결권을 행사한 뒤 법안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22일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려 법안 상정 없이 본회의를 끝내기로 했다. 마지막에 상정된 상법 개정안은 25일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이 추진한 법안들은 모두 국회 문턱을 넘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법안들에 대한 추진 의사를 밝힌 만큼 국무회의 통과도 예정된 수순이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 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들이 부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재계 등이 법안들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정치권 대립과 사회적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방송3법이 통과되면 친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이사회를 주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특별다수제 아래에 민주당 추천 인사가 사실상 방송사 지배 구조를 좌우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노조의 파업 활동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업체 근로자에게도 원청 업체와의 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을 향한 재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회장은 지난 19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가 한국의 아시아 지역 허브로서의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반발에도 여권이 노란봉투법 통과에 매진하는 이유는 친민주당 세력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대선 청구서'를 받아 든 것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재계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규모의 상장회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회 위원 중 분리 선임 대상 최소 2명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외국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우리 기업들을 무방비로 노출할 수 있다"고 규탄했다.
이러한 반발에도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힘의 논리로 입법을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이념적 대립보다 사회적 합의와 조정을 중시하는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괴리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주당과 정부가 지지 세력인 민주노총의 대선 청구서를 받아들이기 위해 악법을 추진하며 입법 독재를 일삼고 있다"며 "실용주의를 강조하더니 야당은 패싱하고 좌파 진영의 요구만 받아들이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추석 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개혁안도 국민의힘과 시민사회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와 논란이 거세다. 하지만 정 대표는 '전광석화' 개혁을 강조하며 제1야당을 배척하고 거듭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개혁 입법이 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일치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그간 우리 사회 기득권의 반대 때문에 개혁을 못 했다. 기득권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찬성하는 분위기"라며 "노란봉투법은 세계적인 기준과 대법원 판례와 맞춘 내용이다. 방송법도 수십 년 동안 논의한 결과물이다. 밀어붙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