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망상이고 개꿈 … 풍토병 같은 희망"前 정부와 다를 바 없다며 한미훈련 폐지 압박
  • ▲ 북한 김정은 동생 김여정.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북한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이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한국은 우리 국가의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배제한 방어적 성격의 연례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침략 전쟁 연습'으로 규정하면서 이 대통령이 오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미 연합연습 폐지를 제안하도록 사실상 압박했다.

    북한 대외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여정이 전날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 협의회를 열고 한국 정부의 기만적인 '유화 공세'의 본질과 이중적 성격을 비판하면서 김정은의 대외정책 구상을 전달 지도했다고 20일 보도했다.

    김여정은 "확실히 리재명 정권이 들어앉은 이후 조한(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 무엇인가 달라진다는 것을 생색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진지한 노력을 대뜸 알 수 있다"면서도 "아무리 악취 풍기는 대결 본심을 평화의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해도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을지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작은 실천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는 발언을 거론하면서 "방랑 시인 같은 말만 늘어놓는다. 그 구상에 대해 평한다면 마디 마디 조항 조항이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는 어느 정권이든, 또 누구라 하든 제멋대로 꿈을 꾸고 해몽하고 억측하고 자찬하며 제멋대로 희망과 구상을 내뱉는 것이 풍토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꼬았다.

    김여정은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이름을 빗댄 듯한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 표현까지 덧붙이며 "고장난명이라고 그런 결의를 저 혼자 아무리 다져야 무슨 수로 실천하겠는가"라고 조롱했다.

    김여정은 "우리는 문재인으로부터 윤석열에로의 정권 교체 과정은 물론 수십 년간 한국의 더러운 정치 체제를 신물이 나도록 목격하고 체험한 사람들"이라며 "결론을 말한다면 '보수'의 간판을 달든 '민주'의 감투를 쓰든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한국의 대결 야망은 추호도 변함이 없이 대물림해 왔다는 것이다. 리재명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을 위인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김정은이 2023년 12월 선대의 민족·통일 개념을 폐기하고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했음에도 김여정은 "리재명 정권의 근간을 이루는 외교·국방의 수장인 조현과 안규백이 후보자로 지목되었을 때부터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서슴없이 말한 데 대해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적반하장식 주장도 펼쳤다.

    특히 김여정은 한미 UFS를 겨냥해 "지금 이 시각 우리 공화국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무모한 미한의 침략 전쟁 연습을 벌여 놓고도 리재명 정권은 '방어적 훈련'이라는 전임자들의 타령을 그대로 외워대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도 전임 정부와 다르지 않다고 몰아붙이며 한미 연합훈련 폐지를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아울러 김여정은 "한국의 그 누구라 할지라도 미국의 특등 충견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화해의 손을 내미는 시늉을 하면서도 또다시 벌려놓은 이번 합동군사연습에서 우리의 핵 및 미사일 능력을 조기에 제거하고 공화국 영내로 공격을 확대하는 새 연합작전계획(작계 5022)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