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의, 김병기 찾아 노란봉투법 우려 전달"韓 아시아 지역 허브로서의 위상에 부정적"경제6단체 "산업 현장 혼란에 빠질 것" 호소주식 양도세 과세 강화 놓고는 당정간 갈팡질팡李 대통령, 실용 강조하더니 지지층 향한 정책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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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AMCHAM) 회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반(反)기업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는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하면서 경영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800여 개 미국 기업을 대표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는 직접 민주당 지도부를 찾아 우려를 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가 반기업 입법을 방치하면서 모순된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이념을 내세웠지만, 결국 여권의 지지 기반인 진보 진영과 노동계의 요구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전날 국회에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정치 규제 환경은 한국이 다국적기업에 더 매력적인 투자지가 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이와 관련해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가 한국의 아시아 지역 허브로서의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 암참은 이러한 의견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공유했으며 전반적인 노동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를 위해 고용노동부와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며 "국회가 노란봉투법 법안을 심의하는 데 있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업계의 의견과 우려를 면밀히 검토하기 위해선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 활동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업체 근로자에게도 원청 업체와의 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이지만,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민주당은 오는 23일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상정할 계획이다. 허영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암참과의 면담을 마친 뒤 "(노란봉투법을) 수정할 수 없다. 올라간 대로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일축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국회를 직접 찾아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한 막판 호소에 나섰다.
경제6단체(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면 수십, 수백 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해 원청 사업주는 건건이 대응할 수밖에 없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더라도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경영상 결정'은 반드시 제외해 달라"고 강조했다. 쟁의 대상에 해외 투자 등도 포함되면 글로벌 경쟁에서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호소였다.
이어 경제6단체는 민주당을 향해 "노동계의 요구만 반영해 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시행 시기만이라도 1년 이상 늦춰 달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흑묘백묘'를 언급하는 등 탈이념과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해 놓고 결국 지지층만 바라보는 현실 정치의 한계를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나와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는 탈레반의 길"이라며 "실용주의의 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은 친민주당 세력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정권 창출에 기여한 민주노총이 노란봉투법을 '대선 청구서'로 내밀자 정부가 화답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진영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 친민주당 세력인 전교조, 민노총, 민변을 먹여 살리는 정치"라며 "이 대통령이 무책임하게 대선 청구서만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사이 국가적인 손실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및 경제 6단체장들이 1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법 개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민주당이 노란봉투법과 함께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는 2차 상법 개정안도 경영계의 반대가 거세다.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규모의 상장회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회 위원 중 분리 선임 대상 최소 2명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상의가 최근 3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76.7%가 2차 상법 개정안이 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74.0%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확대를 동시에 개정하면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정부는 '코스피 5000'을 실현하기 위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소액주주 권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 활동을 제약해 오히려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6단체는 지난달 24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추가적인 상법 개정은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우리 기업들을 무방비로 노출할 수 있다"며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악화와 가치 하락을 초래해 결국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도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코스피 5000' 기조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 전체, 특히 경제 부처가 시장의 반응을 면밀하게 살피는 중"이라고 밝혔으나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