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군 첨단화·핵무장화 과업 단계적 진행""10월 함 성능·작전능력 평가 공정 돌입 지시UFS 맞춰 강경 발언 … 한미훈련 폐지 압박"비핵화 논의 무력화 … 억제력 기조 재확인"
  • ▲ 북한 김정은이 지난 18일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북한의 첫 번째 5천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의 무장체계 통합운영 시험 과정을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지난 18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는 정례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이 '가장 적대적인 의사 표명'이라고 규정하며 핵무력 확대를 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 80주년 경축사에서 "현재 북측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핵무장 강화로 화답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UFS가 시작된 18일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북한의 첫 번째 5000t급 신형 다목적 구축함 '최현호'의 무장체계 통합 운영 시험 과정을 점검했다.

    체계 통합은 레이다, 소나 등 탐지 센서들과 각종 무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신속한 의사 결정을 지원함으로써 전투력과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기술이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또다시 감행되는 미국과 한국의 합동군사연습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가장 적대적이며 대결적이려는 자기들의 의사를 숨김 없이 보여주는 뚜렷한 입장 표명"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한의 심화되는 군사적 결탁과 군사력 시위 행위는 가장 명백한 전쟁 도발 의지의 표현이며 지역의 평화와 안전 환경을 파괴하는 근원"이라며 "조성된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현존 군사 이론과 실천에서의 획기적이고도 급속한 변화와 핵무장화의 급진적인 확대를 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가 이번 UFS에서 북한의 핵 사용을 상정한 시나리오를 제외했음에도 그는 "오래 전부터 관행화되어 온 미한의 군사연습이 언제 한번 도발적 성격과 위험성을 내포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최근에는 핵 요소가 포함되는 군사적 결탁을 기도하고 있다는 특징으로부터 하여 그 엄중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변천하는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주동적이며 압도적인 변화로써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지역의 안전환경을 관리, 유지하고 국가의 주권 안전을 철통같이 수호하는 데서 가장 믿음직하고도 확고한 방도와 담보는 적이 우리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 뿐이다. 정세 관리와 국가 방위전략에 관한 우리의 이러한 견해에는 추호의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정은은 "우리는 멈춤 없는 투쟁과 분투로써 우리 국권의 핵심을 지켜선 공화국 해군의 지위와 활동에서 중대하고도 사변적인 변화를 연속적으로 가져올 것이며 우리 해군은 가까운 앞날에 국가 핵무력 구성과 핵 사용 영역에서 일익을 굳건히 담당하는 믿음직한 역량으로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해군전력이 국가방위전략 수행과 전쟁 억제력 행사에 더욱 적합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방위의 중요 공간에서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해군의 작전 능력을 초급진적으로 장성시키는 것은 공화국 무력의 발전적 견지에서 보나 우리 국가의 지정학적 특수성에 기초한 군사학적 견지에서 보나 순간도 드틸 수 없는 최중대 국사"라며 해군이 국방력 강화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국가 방위력의 가속적인 장성을 위한 중대 조치는 분명코 계속 취해질 것"이라며 "나라의 주권 안전을 수호하려는 우리의 확고한 의지와 능력은 실천 행동으로써 표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이날 최현호에 대한 보고를 받고 "해군의 첨단화, 핵무장화의 중요 과업들이 단계적으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하여 만족을 표시했으며 8월과 9월에 예견되어 있는 사업들을 완결하고 계획대로 10월 중으로 다음 단계인 함의 성능 및 작전수행능력 평가 공정으로 넘어갈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시작에 맞춰 김정은의 강경 발언을 전함으로써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의 '북한 비핵화' 논의를 사전에 무력화하고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압박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현호가 이미 '무장체계통합운영시험' 단계라는 점에서 구축함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며 "'핵 사용 영역에서 일익 담당'이라는 표현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잠수함이 해군사령부 직할 핵사령통제체계에 편입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군사훈련 문제를 지속 제기한 것은 한편으로는 핵무력 강화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남북, 북미 관계의 최대 장애물이 한미군사훈련임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한미군사훈련 중단이 현 단계 대화의 마중물이라는 메시지를 내포한다"고 풀이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최현호는 지난 4월 25일 진수식을 하고 4월 28일과 29일 무장 발사 시연을 했으나 당시에는 체계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투체계 모니터가 켜진 것으로 봐 전투체계 통합이 진행 중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직은 정박 상태에서 공정을 진행하며 10월이 돼야 항해하면서 실제 해상시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며 "김정은의 지금까지 10여 차례 방문에 이은 재방문은 북한이 해군 현대화를 얼마나 바라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특별한 이벤트가 없이 정박 상태에서 함건조 공정이 진행 중인 최현호를 김정은이 8월 18일에 맞춰 방문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