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현대화, 능력·기술 발전 중심 절충 필요"과도한 확장·지휘통제 부담 우려" 전문가 경고동맹 현대화, 대등한 관계 전환점·자강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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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사회보장법 제정 9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은 임기 초 최대 외교 이벤트로, '동맹 현대화'와 관세 협상 등 주요 현안을 동시에 다룰 전망이다. 회담 결과는 향후 한미동맹의 진로뿐 아니라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히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는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 중 하나다. 지난 8일 킹슬리 윌슨 미 국방부 대변인에 따르면, 미국이 말하는 '동맹 현대화'는 "한반도와 그 너머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의 연합(방위) 태세를 적응시키고, 상호 운용성을 심화하며, 전 영역(육·해·공·사이버 등)에 걸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포함된다.
동맹 현대화는 한미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정의된 바 없고, 과거에는 주로 신기술-역량 강화를 강조하는 능력 위주의 의미로 사용돼 왔다.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동맹 현대화는 트럼프 2기 하 한미동맹의 변화를 아우르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으로 보이지만 한미 차원에서 합의된 공식 개념이나 정의는 아직 없다"며 "과거 한미동맹의 전환기를 살펴봐도 현대화라는 용어는 한미 차원에서 흔히 사용된 용어가 아니다. 동맹 현대화의 중점을 동맹의 능력, 기술 발전, 억제력 심화로 재견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동맹 현대화'에 동맹의 지리적 범위와 역할 확대까지 포함시키려 하면서 한미 간 입장 차가 불거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동맹 현대화는 해외 주둔 미군의 규모와 역할 변화, 전략적 유연성 확대, 동맹국 군사 역할 강화, 국방비 증액 등 포괄적 변화를 뜻하며, 한국에 대해서는 주한미군의 작전 범위와 중국 견제 임무 확대에 대한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8일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역량"이라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도 "모든 동맹국은, 특히 아시아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역외 활동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방위 대상을 '태평양 지역에서의 무력 공격'으로 정하고, 주한미군 배치 범위를 '대한민국 영토와 그 부근'으로 제한했다.
2006년 한미 정상 간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서도 "한국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역외 분쟁 개입은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주한미군의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인도·태평양 전역 임무 확대를 요구하며, 만약 한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소극적일 경우 미국은 주한미군을 역외로 재배치한 뒤 필요 시 순환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동맹 현대화 논의에서 대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동맹의 역할·목표·범위의 조정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킹슬리 윌슨 미 국방부 대변인도 "(한미 동맹의) 주된 초점(primary focus)은 여전히 북한의 공세를 억제하는 데 있지만, 우리는 보다 넓은, 지역 안보 환경에 대응함에 있어 공동의 안보 우선순위를 연결하기 위해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세 문제도 피할 수 없는 쟁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30일 SNS에서 '한국은 3500억 달러 투자와 1000억 달러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약속했다'고 공개했듯이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 투자·에너지 구매 일정 발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반도체·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율 최종 조정도 남아 있어 한국이 타 동맹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 스타일 역시 변수로, 과거와 같이 중국 관련 압박 질문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 대통령은 회담 직전인 23~24일 도쿄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셔틀외교'를 재개한다. 한미일 협력 부각으로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이재명 정권은 친중 정권'이라는 미국 내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이끄는 대중 특사단을 파견하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 면담 및 시진핑 주석 방한 초청 추진 등 한중 관계 관리에도 나선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이 강조한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 가르는 사실상 첫 시험대가 된다.
조 연구위원은 "현대화의 기술적·제도적 기반이 아직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무 범위를 넓힌다면 토대가 성숙하기 전에 동맹이 과도하게 확장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리적 임무 확대는 지휘통제 구조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며 "대중국 견제에 대한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는 동맹 현대화가 아닌 별도의 표현·항목으로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군사력이 이미 세계 5위권 수준으로 성장한 만큼 동맹 현대화는 한국이 전작권을 조기에 전환하고 북한 위협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