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금천·광진구 마을버스 기사에 월 30만원 추가 지원"열악한 처우 개선…인력 늘려 배차 정상화 취지"'지금원 도입' 성동구 기사 11% 늘어나니 중랑구 기사 15% 줄어"기사들 지원금 많은 인근 자치구로 무더기 이탈 부작용"대부분 1~2년 한시적 정책…'지방선거용 선심성 정책' 비판도
  • ▲ 마을버스 기사에 대한 처우개선비 지급 정책이 자치구 간 인력 빼가기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AI생성

    서울 자치구들이 잇따라 마을버스 기사들에게 월 30만 원 상당을 지원하는 처우개선비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정책이 자치구 간 인력 빼가기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 기사 유입을 늘려 배차 공백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정책이지만 실제 기사 증가는 인근 자치구에서 옮겨온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원금을 시행한 구는 인력이 늘어난 반면 주변 구는 기사난이 심화되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 사업이 올해 급조되 듯 만들어지고 1~2년 단기성으로 기획돼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 '착시 효과' 논란 속 자치구 간 치킨게임 우려

    현재 마을버스 기사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곳은 성동구·금천구·광진구다. 

    성동구는 2024년 마을버스 기사를 필수노동자로 지정하고 월 30만 원 안팎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금천구도 같은 해 말부터 마을버스 기사에게 처우개선비 월 30만 원을 지원했다. 광진구도 올해 처우개선비 도입을 확정했으며 관악구는 지급 근거 조례를 제정하고 세부 내용을 논의 중이다.

    정책 시행 이후 해당 자치구의 기사 수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성동구는 2024년 1월 109명에서 올해 7월 122명으로, 금천구는 같은 기간 131명에서 152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성동구와 맞닿은 광진구는 같은 기간 기사 수가 1.43% 줄었고 성북구도 1.63%, 중랑구는 무려 15.38% 감소했다. 

    정책 효과가 신규 인력 유입이 아닌 인근 자치구 기사들의 이동에 따른 착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상철 공공운수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처우가 열악한 마을버스 기사들에게 월 30만 원은 작은 돈이 아니다"라며 "마을버스 기사들은 대부분 집과 가까운 회사를 다니는데 인근 자치구에서 임금을 더 준다면 옮길 이유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관내 한 마을버스업체에서 찾아와 기사 이탈을 호소했다"며 "인근 자치구처럼 처우개선비를 지급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마을버스 기사 지원금은 이미 제도를 시행한 자치구를 중심으로 인근으로 번져 나가는 모양새다.

    2024년 지원을 시작한 성동구 인근에서는 광진구가 처우개선비 지급 결정을 발표했고, 동대문구와 중랑구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금천구와 맞닿은 관악구와 구로구 역시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관악구에서 마을버스 기사 처우 개선비 지급 도입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구자민 구의원은 "정책 목표가 단순히 기사 처우 개선이 아닌 이를 바탕으로 기사 유입을 늘리고 마을버스 운행률 높여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는 건데, 현재 모습은 자치구 간 기사 쟁탈전이 된 것 같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재정 여력 있는 자치구가 50만원으로 지원비를 늘리면 다른 자치구도 덩달아 올려야 하는 치킨게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지난 8일 관악구에서 마을버스 처우개선 지원 타당성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김승환 기자

    ◆ "왜 마을버스 기사만 지원?"…설득력 없는 자치구들

    지원 대상을 마을버스 기사로만 한정한 점도 형평성 논란을 키운다. 

    성동구는 필수노동자에 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지원사·공동주택 관리원·미화원까지 포함해 지원하고 있지만, 이후 도입한 자치구들은 대부분 마을버스 기사만 지원한다. 

    본지가 각 자치구에 "지원 대상을 마을버스 기사로 한정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명확한 답을 내놓은 곳은 없었다.

    또 대부분 사업이 1~2년짜리 한시사업으로 편성돼 있어 지속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향후 지속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곳은 성동구뿐이었다.

    구자민 의원은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는 지원 정책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선거용 성격이 짙다"며 "마을버스 서비스 향상을 위한 목적이라면 서울시가 일괄적으로 처우 개선 기준을 정하거나 신규 기사 진입 시 필요한 자격·면허 비용(약 100만 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철 정책위원장은 마을버스 기사 처우 문제의 뿌리가 업체 회계의 불투명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시와 자치구 보조금이 투입되지만 어디에 쓰이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기사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는 "마을버스 업체들은 경영난을 이유로 자체 처우 개선에는 소극적이다. 회계를 먼저 투명하게 공개해 문제를 바로잡고 공개된 자료에서 실제 어려움이 확인되면 그때 지원하는 것이 맞다"며 "불투명한 상태에서 무작정 지원을 늘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