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교육용으로 배포된 9948권 폐기정권 교체 뒤 역사 성과 뒤집기 논란폐기 결정, 국고 낭비·역사 왜곡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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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는 진중문고 도서 중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전쟁 이야기'를 22일까지 회수·폐기한 뒤 보고하라는 공문을 8일 내려보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
국방부가 지난해 진중문고(陣中文庫)로 선정해 장병들에게 9948권을 배포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전쟁 이야기'를 "장병 교양 증진 및 정신 전력 강화에 부적합한 내용 일부 포함"을 이유로 전량 회수·폐기할 것을 지시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진중문고는 국방부가 중대급 이상 부대 도서관이나 생활관에 장병 교육용으로 보내는 책으로, 외부 전문가 위원회가 분야별 베스트셀러와 기관 추천 도서 중에서 선정한다.
18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는 농지 개혁을 일방적으로 미화하고, 이승만 대통령이 1950년 8월 14일 사흘간 구국 기도회를 연 뒤 비가 그쳐 융단폭격 작전에 성공했다는 구절을 '부적합한 내용'으로 지목했다.
농지 개혁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가 있지만 특정 입장만 반영해 균형성이 부족하며, 구국기도회 일화는 논리적 인과관계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진중문고는 그 도서 내용 중에 특정 입장만 반영된 서술이나 논리적인 인과관계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검증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사업부서에서 진중문고 사업 전체에 미칠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해서 검토해 폐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 ▲ 국방부가 지난해 진중문고(陣中文庫)로 선정해 장병들에게 9948권을 배포했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전쟁 이야기'를 "장병 교양증진 및 정신전력 강화에 부적합한 내용 일부 포함"을 이유로 전량 회수·폐기할 것을 지시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는 ▲농지개혁을 일방적으로 미화하고 ▲이승만 대통령이 1950년 8월 14일 사흘간 구국 기도회를 연 뒤 비가 그쳐 융단폭격 작전에 성공했다는 구절을 '부적합한 내용'으로 지목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
하지만 농지 개혁은 국내외적으로 성공적 토지 개혁 사례로 꼽혀 왔다. 정권 교체 뒤 이를 '일방적 미화'로 규정한 것은 역사적 성과를 정치적으로 부정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농지 개혁은 건국 초기 대지주 중심의 토지 구조를 소농 중심으로 바꿔 사회를 안정시키고 경제 발전의 토대를 놓은 중대한 개혁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무상몰수·무상분배식 토지 개혁과 달리,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합법적 절차를 거쳐 추진된 이승만의 농지 개혁에 대해 '이승만 리더십이 발휘된 대표 사례'라는 해석이 많다.
이번 폐기 결정은 정치적 논란과도 맞물려 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6월 "추천사를 리박스쿨 강사진 출신 인사가 썼다"고 주장했고, 지난달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청문회에서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도서를 손에 들고 "극우 진영의 추천 도서인데, 윤석열 정부가 1억2000만 원의 혈세를 들여 진중문고로 배포했다"고 공격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정치 공세라는 반론도 나온다.
저자인 장삼열 한미안보연구회 사무총장은 김재동 목사는 지인일 뿐이며 본인은 리박스쿨과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저자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했느냐'는 질문에 "저자와는 사후에 소통한 걸로 알고 있다"며 사전에 소명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간접적으로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방부의 결정이 '건국 정통성 부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이 부대변인은 "그런 확대 해석에 대해서는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국방부는 정권 교체 때마다 장병 정신 교육 방향을 급격히 바꿔 왔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최근 국방부는 윤석열 정부 때 발간돼 활용 중인 '정신 전력 교육 기본교재'에서 '담대한 구상'과 북한 추종 세력의 위험성을 강조한 '내부 위협 세력' 관련 부분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이승만연구원장)는 통화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농지 개혁으로 농민들이 자기 땅을 갖게 됐고 사회 불안 요인도 해소됐다. 학계에서도 성공적 개혁으로 평가해 왔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다. 객관적으로 기록된 내용을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회수를 결정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이재명 정부의 역사관은 과연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며 "국방부는 자의적 행동으로 국고를 낭비한 책임을 져야 하며, 그 타당한 이유를 소명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