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방미 일주일, 中 전승절 3주 앞둬野 "광복절에 굳이 … 적절한 시점 아닌 듯"한민호 공실본 대표 "노골적인 친중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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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차하얼학회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차하얼학회 소셜미디어 캡처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이 광복절에 중국을 방문, 중국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차하얼학회'를 만났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방문 시점과 성격을 둘러싸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차하얼학회가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 활동을 펼치는 통로로 기능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미애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대표단은 광복절인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차하얼(察哈爾)학회'를 찾아 한중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방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가 뒤늦게 알려졌다.
추 의원 등 민주당 대표단은 학회의 한팡밍 회장을 만났다. 대표단에는 민주당 세계한인민주회의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이재강 의원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특별위원회 위원인 이병진 의원 등 민주당 관계자들이 참석했다고 차아헐학회는 설명했다.
학회 측에 따르면 양측은 공동의 관심사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양국 관계의 양호한 발전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다만 방문 시점과 적절성 여부를 두고 야권과 재야를 중심으로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중국을 방문해 중국 측 싱크탱크와 한중 관계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자칫 외교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다.
또 중국 전승절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등 관련 논의 가능성에 대해 국민의힘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하필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기념하는 광복절에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싱크탱크와 한중 관계를 논의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아하다"며 "더군다나 전승절 참석 여부를 두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그것도 비공개로 왜 광복절 날 가야 했는지 시기가 적절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차하얼학회의 역할과 성격을 둘러싸고 민주당 대표단 방문의 적절성에도 시비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009년 10월 설립된 차하얼학회는 민간 연구 활동을 넘어 공공외교를 명분으로 중국 공산당의 통일 전선 활동을 펼치는 조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공자학원이 각 지역을 대상으로 활동한다면 차하얼학회는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외 차하얼학회 내부자들을 비롯한 중국 전문가들은 그동안 매체 인터뷰 등을 통해 차하얼학회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왔다. 이 학회가 국내 정치권 인사들을 접촉해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하고 한중 관계와 우리나라의 외교 정책 방향에 영향을 주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간 공자학원과 차하얼학회의 선전 활동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한민호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 대표(전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관)는 전날 페이스북에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매우 심각한 짓을 연이어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추 의원 등 민주당 대표단의 차하얼학회 방문 보도를 공유하면서 "이재명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노골적인 친중 본색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며 "입으로는 '한미동맹 중시'를 반복하지만 행동은 정반대로 친중 행보를 펼친다. 풍력 발전을 진흥하겠다는 것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일 협력 강화' 운운하면서 반일선동에 불을 붙이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국 차하얼학회 방문과 관련해 이재강 의원은 통화에서 "중국 차하얼학회 측과 한중 관계에 관한 발전적인 방향에 대해 원론적인 논의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논의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여부 등 내용이 포함됐는지 묻자 이 의원은 "전혀 그런 걸 논의할 수도 없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후 차하얼학회의 역할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는 부분을 묻기 위해 재차 연락을 시도했을 때는 "국회 회기 중으로 연락드리겠다"고 답했다.
추 의원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