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16일 수원FC와 경기에서 2-4 패배이청용, 오랜만에 선발 출전해 45분 활약패배했음에도 경기 후 이청용은 울산 팬들에게 진심 전해
  • ▲ 수원FC와 경기 후 이청용이 울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뉴데일리

    지난 16일 K리그1 26라운드 수원FC와 울산HD의 경기가 열린 수원종합운동장.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청용이다. 

    한국 축구 최고의 테크니션. 그는 K리그 FC서울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후, 어린 나이에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들어선 윙어였다. 2006년 서울 1군에 데뷔했고, 2007년부터 두각을 드러내더니, 2008년부터는 한국 축구의 상징적 선수가 됐다. 

    2009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볼턴으로 이적해 유럽 무대를 밟았고, 크리스털 팰리스(잉글랜드), 보훔(독일) 등에서 활약하며 유럽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2009-10시즌에는 볼턴의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에서는 '언터쳐블' 오른쪽 윙어였다. 이청용이 전성기를 달릴 때, 오른쪽 윙어의 자리는 오직 한 사람, 이청용을 위한 자리였다. 경쟁자도, 대체자도 없었다. 그는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신화의 주역이다. A매치에 89경기에 나서 9골을 넣었다. 

    유럽 생활을 마친 이청용은 2020년 한국으로 돌아왔고,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이청용이 합류한 울산은 힘을 받았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K리그1 3연패를 일궈냈고,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도 경험했다. 

    그러나, 천하의 이청용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올해 이청용의 나이는 37세. 어느덧 베테랑이 됐고, 어느덧 축구 선수 커리어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이청용은 '언터처블'이 아니다. 후배들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주다 이제는 선발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억제로 거부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청용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수원FC전에서 이청용은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했다. 김판곤 감독이 물러나고 신태용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고, 국가대표팀 시절 이청용과 함께 한 경험이 있는 신 감독, 이청용을 잘 알고 있는 신 감독은 이청용에게 선발 기회를 내줬다. 

    경기에 굶주렸던 것일까. 이청용은 너무도 열심히 뛰었다. 이 경기가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열정적으로 뛰었다. 오른쪽 윙어로 나선 이청용.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끌더니 어느새 중원에서 볼을 컨트롤 하고 있고, 또 어느새 최후방까지 가서 수비에 가담했다. 37세의 활동량, 활동반경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 

    모든 것을 걸고 뛴 이청용은 전반 45분만 소화하고 물러났다. 베테랑의 체력적 안배를 위한 신 감독의 결정이었다. 이청용이 뛰었던 전반을 1-1로 마친 울산. 후반 내리 3실점을 허용하며 2-4로 무릎을 꿇었다. 베테랑이자 정신적 지주 이청용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어느정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경기 후, 한국 축구 '슈퍼스타' 이청용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울산은 경기에 졌다. 그것도 2-4 참패. 이런 경우 팬서비스를 잊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이청용은 달랐다. 팀이 이기든 지든, 자신이 좋은 활약을 했든, 좋지 않은 활약을 했든, 팬을 대하는 진심은 항상 똑같다. 경기력은 달라졌을 수 있으나, 이청용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  
    ▲ 이청용이 오랜만에 선발 출전했고, 전반 45분을 소화했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오후 8시 경기였다. 경기가 끝난 시간은 오후 10시. 울산 팬들은 울산 구단 버스 앞에 모여 있었다. 울산 선수들을 보고,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조현우, 말컹 등의 선수들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줬다. 

    이청용도 그렇게 했다. 이청용의 '추가시간'이 시작됐다. 오직 울산 팬들을 위한 아름다운 추가시간이 시작됐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K리그 발전을 위해 한국 축구 대표 스타가 투자하는 시간이다. 



    이청용의 팬서비스는 조금 달랐다. 더 따뜻하고, 더 헌신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흰 모자에 흰 티셔츠, 가방을 멘 채로 등장한 이청용. 그는 마지막 팬까지 챙겼다. 구단 버스가 떠났다. 울산의 모든 선수들이 떠났다는 의미다. 선수들과 팬들 사이의 라인을 지키던 보안 요원까지 떠났다. 하지만 이청용은 떠나지 않았다. 

    개인 차량으로 이동을 결정한 이청용은 끝까지 남았다. 선수와 팬을 갈라놓은 라인은 사라졌다. 보안 요원도 없다.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청용은 신경쓰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앞에 있는 팬들에게만 집중했다. 이청용은 자신을 둘러싼 팬들, 사인과 사진을 요청하는 팬들을 모두 챙겼다. 단 한 명의 팬도 외면하지 않았다. 

    이청용과 사진을 찍은 후 한 꼬마 팬이 소리쳤다. 

    "팬 서비스가 너무 좋아요!"

    또 다른 이들은 "감사합니다", "저를 꼭 기억해 줘야 해요"라고 소리쳤다. 이청용은 미소 지으며 모든 팬들과 소통한 후 발걸음을 옮겼다. 추가시간 종료 휘슬이 울릴 것 같았다. 

    그때 뒤늦게 이청용을 알아본 한 팬이 달려왔다. 추가시간은 또 길어졌다. 이청용은 당황하지 않았다. 마지막 팬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 팬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자, 그때서야 이청용은 진짜 경기장을 떠났다. 이청용은 가장 늦게 경기장을 떠났다. 진정한 슈퍼스타의 뒷모습. 

    이청용의 추가시간이 끝난 시간. 정확히 오후 11시 7분이었다.
수원=최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