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민주'로 물갈이 … 방송3법 국회 통과 초읽기김어준·김의겸엔 '입꾹'‥ 가짜뉴스 잡겠다는 與"보수정권이 낙하산 인사" 文 정부 흑역사 외면
  • ▲ 대화 중인 이재명 대통령(우측)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압도적인 의석 수를 바탕으로 무소불위 인사권을 휘둘러, 사실상 삼권(입법·사법·행정)을 장악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재명 정부가 '권력 4부'로 불리는 '언론'마저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 이사회를 '친여 성향'으로 재편하는 '방송법(개정안)' 통과를 주도한 데 이어 이진숙 위원장 홀로 이끌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는 법안(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까지 발의해 현 정부·여당에 이롭도록 방송사 지배구조를 재편하려 한다는 각계 지적이 쇄도하고 있는 것.

    특히 지난 14일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킨 민주당이 "가짜뉴스를 반복 보도하는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반대 여론에 재갈을 물리는 '개악법(改惡法)'"이라는 거센 성토가 쏟아졌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입법 폭주'로 인해 △문재인 정부 당시 야당이 추천했던 한 KBS 이사가 법인카드로 2500원짜리 김밥을 산 내역까지 탈탈 털려 쫓겨났던 '적폐청산' 사태가 재현되는 것은 물론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매체나 유튜브 채널이 위축돼 언론 고유의 '비판 기능'이 약화되고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민주당 성향' 위주로 방송사 경영진 물갈이 우려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 방송법 통과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표결 처리를 시작으로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까지 통과시켜 이른바 '방송3법'을 이달 중 일괄처리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들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재개로 맞대응을 예고했으나, 국회법상 무제한 토론 개시 후 24시간이 지나면 종결 표결이 가능해 원내 과반 이상을 가진 민주당 주도로 남은 법안이 모두 처리될 전망이다.

    방송3법이 공포되면 KBS 이사회는 11명에서 15명으로, MBC와 EBS 이사회는 각각 9명에서 13명으로 확대된다. 국회는 KBS에 6명, MBC와 EBS에는 각각 5명의 이사를 추천하게 된다. 또 '특별다수제'를 도입해 전체 이사 5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사장 임명 등 주요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이에 따라 KBS는 9명, MBC와 EBS는 각각 8명 이상이 찬성하면 모든 주요 안건 처리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새로 구성될 각 사 이사회를 친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주도할 우려가 커졌다는 점이다. 현행 원내 교섭단체 의석 수에 따르면 KBS의 경우 민주당은 4명 국민의힘은 2명의 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데, 민주당 추천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추천 몫' 중 8~9자리도 사실상 민주당과 가깝거나 우호적인 인사들이 차지할 공산이 크다는 게 국민의힘의 분석이다. 

    방송법 개정 후 일반 국민 1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추천위원회가 사장 후보를 추천해도 최종 표결은 각 사 이사회가 하게 된다. 결국 '친민주계'가 방송 이사회를 장악하면, 차기 사장 역시 이사회와 비슷한 이념이나 가치관, 경영철학을 지닌 인사가 될 확률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정청래 "보수 정권이 방송 장악" … 文 정부 '적폐청산 광풍' 잊었나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개혁특위'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보수 정권이 공영방송을 정권의 전리품처럼 취급하며 낙하산 인사를 꽂고 방송을 장악해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며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남은 2개의 법도 통과시켜 개혁의 길을 뚜벅뚜벅 걷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방송을 장악하지 않고 공영방송의 사장을 낙하산으로 꽂지 않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기득권에 대한 포기 선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법에는 전 정부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KBS 이사회는 물론, 전 정부에서 민영화된 YTN과 연합뉴스가 대주주인 연합뉴스TV의 대표자 및 보도책임자를 3개월 안에 새로 임명하라는 부칙도 담겨, 사실상 각 방송을 정권 입맛대로 재편하려는 꼼수를 담고 있다는 야권의 지적에 힘이 실린다.

    특히 정 대표는 보수 정권이 공영방송을 '전리품'처럼 다루며 '낙하산 인사'로 방송을 장악했다고 주장했으나,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전문위원실에서 소위 '방송장악 문건'을 만든 이후, 시민단체와 노조가 '방송 경영진 퇴진 운동'을 전개해 KBS·MBC 사장이 '친민주당' 인사로 교체되고 각 이사회가 물갈이된 정반대 사례가 있다.

    이와 관련, '민노총 방송장악법 저지 공동투쟁위원회(이하 '공투위')'는 "임기가 보장된 임원진을 새 법을 만들어 내쫓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소급입법에 해당하고, 나아가 민간 기업의 사장까지 임기를 강제 종료하는 것은 명백한 사유재산권과 경영권 침해"라며 "기존의 방송사 경영진을 강제 교체한다는 점에서 2017년 '방송장악 문건'을 생각나게 하지만, 그래도 그때는 문건의 의미를 축소하고 숨기려는 염치는 있었는데, 지금은 그 염치조차 사라졌다"고 질타했다.

    ◆이진숙 "노사 동수 대표가 방송사 공동경영, 이게 정상인가"

    방송3법이 노조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 법안은 지상파를 포함해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등 민간 방송에도 노사 각 5명씩의 편성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좌파 성향 단체의 영향력이 큰 방송사 노조의 특성상, 편성 이념이 편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심지어 민간 방송에도 편성위원회를 강제하는 것은 방송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또한 보도책임자 임명 시 사내 종사자 과반의 동의를 받도록 한 조항도 논란이다. 이는 보도국장을 임명할 때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구조로, 편집권에 대한 노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공투위는 "노조 중심의 거버넌스를 만들었고,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특정 성향 세력의 공영방송 장악이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짜 맞췄다"며 "노조가 무슨 대표성이 있어 국민을 참칭하는 것이냐?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사실상 좌파 진영에 넘겨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법은 위헌적"이라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파괴하고, 특정 세력의 영구 지배를 고착화한 이 법은 자유민주주의와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노조의 방송 편성 및 경영 참여를 법제화할 경우 노사동일체가 아닌 이상 소모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선진국 가운데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노조 대표가 포함되는 편성위원회를 두고 있는 곳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방송법은 편성위원회라는 무소불위의 위원회를 만들어 경영진을 무력화시키는 대신 노조 대표를 단숨에 사실상 경영진으로 승격, 편입시키도록 만들었다"며 "취재·보도·제작·편성 부문에서 사측 5명, 노측 5명으로 구성되는 편성위원회가 편성책임자 선임에 대한 제청권과 편성규약의 제·개정 절차를 심의·의결하는 권한을 가지면서 노조는 최소한 사측의 경영진과 같은 정도의 권한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 '권력 비판 억제기' 되나


    민주당이 천명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문제도 논란이다. 

    정 대표는 지난해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법원이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는 언론에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함으로써 불법행위가 반복되는 상황을 막고, 유사 보도를 예방하는 형벌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 법안은 당시 언론계와 정치권의 반발로 입법이 불발됐으나, 최근 '언론개혁특위'를 출범시킨 정 대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 대표는 언론개혁특위 출범식에서 "언론개혁은 악의적인 뉴스 피해자를 줄여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초점"이라며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추석 전에 완수할 것을 목표로 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정 대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모든 언론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되 반드시 책임이 따르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악의성을 갖고 고의적으로 반복해 가짜뉴스를 생산한 경우에만 징벌적 손배가 되고, 판결 또한 판사의 판결로 하자는 것"이라며 "아주 협소한 법률"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악의적'이라는 판단이 '정치적 잣대'에 휘둘릴 경우, 특정 진영에 반대하는 여론에 '재갈'을 물리는 악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언론에 과도한 부담을 안기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언론의 비판 기능을 억제, 정치권이나 특정 진영의 '방패막이'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내로남불 與, 김의겸·뉴탐사 판결 외면 ‥ "가짜뉴스 타도" 외쳐

    국민의힘에서 미디어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방송3법' 강행 처리에 이어, 이젠 1인 미디어까지 손보겠다고 나섰다"며 "이는 정권 비판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위헌적 언론 말살 시도이자, 이재명 정권 '언론통제의 완결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금 민주당이 밀어붙이려는 '유튜브 재갈법'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이념적 잣대를 기준으로 또다른 정치 쟁점으로 격화될 수 있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진정으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가짜뉴스'를 걱정했다면 '청담동 술자리 조작', '한동훈 사살 제보', '세월호 고의 침몰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관련 국민의힘 3선 의원 연루설' 같은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김어준 씨의 실명이라도 거론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금 민주당이 말하는 가짜뉴스 규제에 김어준 씨의 사례를 적용할 수 없다면 이 법은 공정한 제도가 아니라 '정적 탄압용 흉기'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함인경 대변인은 "현 정부·여당이 사과와 성찰 없이 추진하는 '언론징벌법'은 개혁이 아니라 '언론통제' 선언"이라고 규탄했다.

    함 대변인은 지난 15일 자 논평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추석 전 악의적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겠다'며 언론개혁을 외쳤으나 불과 이틀 전,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과 뉴탐사(옛 더탐사)가 한동훈 전 장관에 대한 '청담동 술자리' 허위 의혹으로 8천만 원 배상 판결을 받은 사실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함 대변인은 "이보다 더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가짜뉴스'가 어디에 있느냐"며 "제보자인 첼리스트가 법정에서 '거짓말이었다'고 증언했고, 결국 재판부도 '청담동 술자리'는 허위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으나, 이재명 대통령은 면책 특권만 믿고 '똥볼'을 남발한 김의겸 전 의원에게 새만금개발청장이라는 감투를 안겨 줬다"고 비꼬았다.

    함 대변인은 "국민을 속이는 가짜뉴스는 '남의 뉴스'만 해당되고, '우리 편 가짜뉴스'는 '아니면 말고'식 면죄부를 주는 것이 더불어민주당 기준이냐"며 "진정한 언론개혁은 민주당의 사과와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의 거취 정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