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노력 환영…안보보장 및 3자 회담 필요"유럽 정상들, 나토 집단방위 수준의 우크라 안보보장 체계 논의"항구적 평화, 확고한 안전 보장 수반"…'의지의 연합' 17일 정상회의
  • ▲ (좌로부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등이 우크라이나 키이우 대통령궁에서 '의지의 연합' 회담을 하고 있다. 250510 AP/뉴시스. ⓒ뉴시스

    유럽 주요국이 우크라이나에서 교전을 즉각 멈춘 뒤 종전을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사실상 접고 우크라이나 안보보장 방안을 구체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CNN, AFP·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핀란드·폴란드 정상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6일(현지시각) 미국과 러시아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달성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할 준비가 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한다"며 "우린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존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철통같은 안보보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진 합의한 게 아니다"라며 "다음 단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한 추가 회담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군대나 제3국의 협력에 어떤 제한도 있어서는 안 되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에서 살상이 계속되는 한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고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미·러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3일 유럽 정상들이 화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한 요구사항과 거의 같다. 다만 일단 휴전하고 나머지 문제를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날 성명에서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 휴전 합의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후 "끔찍한 전쟁을 끝내는 제일 나은 방법은 단순한 휴전협정이 아니라 평화협정으로 직행하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ZDF방송 인터뷰에서 "(평화협정 체결에) 성공한다면 정치적·외교적 추가 노력 없이 몇주간 지속할 휴전보다 더 가치 있다"면서 거들었다.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의 안보보장이 필요하다는 미·러 정상의 의견에 주목했다. 유럽 정상들은 이날 오전 회담 결과를 전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토 조약 5조와 유사한 우크라이나 안보보장 체계를 논의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 중 하나가 공격받으면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조항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러시아가 다시 침공하면 서방 국가들이 공동 대응해 지원하기로 미리 약속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유럽 주요국들은 종전을 위한 미·러·우 3자 정상회담을 지지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우크라인스카야 프라우다에 따르면 공동 성명에는 EU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정상회의 상임의장,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메르츠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서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일명 '의지의 연합'에 참여하는 나라 정상들이 17일 화상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의지의 연합은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을 논의하는 20여개국 협의체다.

    마크롱 대통령은 "항구적인 평화는 확보한 안전 보장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이바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환영하면서 "이를 위해 의지의 연합 파트너들과 함께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