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돈바스 러시아군 비장악 지역까지 넘기는 조건"러 기존 '근본 원인 해결' 입장 고수…트럼프 "휴전보단 평화"젤렌스키, 18일 트럼프 만날 예정…'영토 포기' 논의 가능성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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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 군사기지에서 양측 참모들과 함께 3대 3 정상회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50815 AP/뉴시스.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을 완전히 넘기면 나머지 전선을 동결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기 호응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AFP통신은 16일(현지시각)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완전 철수'라는 핵심 요구가 충족되면 나머지 헤르손, 자포리자 등에서 공격을 동결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의 관련 요구를 놓고 "트럼프가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철수하면 헤르손, 자포리자 등의 남부 전선을 동결하고 추가 영토 탈환을 위한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전쟁의 최대 격전지이자 역사적으로 친러 세력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부딪혀 온 화약고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도네츠크의 75%를 장악했지만, 서쪽 요충지들은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의 통제하에 있다. 루한스크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러시아는 2022년 주민투표를 거쳐 돈바스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자포리자주의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편입했으나,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비점령 지역까지 돈바스 영토를 추가로 포기한다면 평화협정을 신속하게 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내놓은 안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를 통째로 넘기면 남동부의 나머지 전선을 동결할 수 있다는 러시아의 기존 입장 그대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은 휴전을 위한 영토 양보 여부와 관련해 러시아군이 장악하지 못한 지역까지 돈바스를 완전히 내주는 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해 왔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 지역을 넘겨주는 것은 러시아에 3차 침공을 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해 주는 격이라면서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으며 미·러·우 3자 정상회의에서 논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유럽 정상들에게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휴전을 끌어내려는 노력을 중단하라는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러시아와 '협상'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정상들과 통화한 뒤 트루스소셜에 "모두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끔찍한 전쟁을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개는 지켜지지 않는 단순한 휴전 합의가 아닌, 전쟁을 종식할 평화협정으로 직행하는 것이라고 결정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잘된다면 푸틴 대통령과 회담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백악관과 러시아 크렘린(대통령궁)은 관련 내용에 대한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약 3시간에 걸쳐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기자회견에서 알래스카 회담이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지만, 우크라이나전쟁 종식을 위한 아무런 구체적인 합의 없이 종료됐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