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한다(안 했다)'와 '못한다(못했다)'의 차이는 뭘까. 안 한다는 것은 어떠한 일을 할 여건이 되지만 본인의지로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못한다는 것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할 수 없었던 것을 뜻한다. 

    즉 둘의 차이는 자신이 한 '행동(行動)'에 대해 스스로 '선택했느냐'는 것이다. 

    얼마전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중대재해를 반복한 기업을 대상으로 등록면호를 '취소'하는 등 고강도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실제 중대재해는 2021년 1월 관련법 시행이후에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았다. 2022년 589건에서 △2023년 583건 △2024년 553건(잠정치)으로 미미한 감소세를 보였을 뿐이다. 

    기업에 책임을 물을 경우 빈약하게나마 산재건수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안전사각지대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실태조사를 보면 중소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의 8할(80.6%)이 '근로자 부주의 및 지침 미준수'로 나타났다. 아무리 기업에서 안전관련 예산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근로자가 함께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산재예방 모범국인 영국·독일·일본의 산재관련제도 공통점은 '근로자에게도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 노동통계에 따르면 근로자 10만명당 사망사고자수는 영국이 1명미만, 독일은 1명내외, 일본은 1~2명 수준이다. 

    그중 영국을 예로 들면 본래 이 나라는 2007년 산재근절대책으로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이하 기업살인법)'을 제정해 실천해 왔다. 기업살인법은 법인인 기업에도 살인이나 과실치사와 같은 범죄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를 갖고 추진됐다. 

    하지만 1987년 카페리선(여객화물선) '헤럴드 오브 프리 엔터프라이즈호'가 뱃머리 출입문이 열린 채 출항했다가 바닷물이 들어온지 불과 몇분만에 전복돼 승객와 승무원 193명이 숨진후 이런 법적입장도 바뀌었다. 193명이 사망한 것은 1차대전이후 최대 인명사고로 기록됐다.

    그러나 법원은 문을 닫지 않고 운항한 승무원들에게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 회사 고위임원은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반복되는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선 사업주 처벌만으론 부족하다. 통제와 처벌에 앞서 현장중심의 자율체제가 병행돼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사업주(기업)가 하기 싫어 '안 하는 것'이 아닌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고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야만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무엇보다 안전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함께 지켜내야 할 '생명선'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박지영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