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설서 언급된 고든 창, "동맹 무너질 수 있다" 공개 경고연합훈련 축소·오산기지 압수수색 거론 … "윤 전 대통령 구금은 정치적""韓민주당, 표현의 자유 억압 … 야당 탄압도 진행 중" 주장까지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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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문제 전문가 고든 창(Gordon G. Chang) 변호사. ⓒ정상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 보수 진영에서 "반미 성향의 대통령이 온다"는 메시지가 공개되며 외교 무대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열흘가량 앞둔 시점에 워싱턴 주류 매체에 실린 기고문이 이 대통령의 외교 노선과 정치 이력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정조준한 이번 공개 비판은 이 대통령의 외교적 데뷔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문제 전문가인 고든 창(Gordon G. Chang) 변호사는 8월 15일(미국 동부시각) 더 힐 기고문을 통해 이 대통령에 대해 "강한 반미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단언하며 그의 과거 발언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창 변호사는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 도중 "위대한 고든 창"이라 호명하며 기립 박수를 유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미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미국보수연합(ACU) 소속으로 트럼프 진영 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창 변호사는 '한국의 반미 대통령이 워싱턴에 온다(South Korea's anti-American president is coming to Washington)'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미국과 동조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1953년 체결된 한미동맹의 근간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오산기지 압수수색 사건을 거론했다. 창 변호사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요구로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됐고 내란 특검이 미군과 한국 공군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오산기지를 사전 통보 없이 압수수색했다"며 "이는 한미 지위협정(SOFA) 위반에 해당한다"고 썼다. 이와 관련해 박지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압수수색은 부대 사령관 승낙 하에 이뤄졌고 미군이나 미군 자료는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 ▲ 중국 문제 전문가 고든 창(Gordon G. Chang) 변호사. ⓒ정상윤 기자
기고문은 또한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주한미군을 "점령군(occupying force)"이라고 언급했고, 미국이 "일본의 한국 식민 지배를 유지했다"고 비판한 전력을 언급했다. 창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반대하고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온 역사를 갖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그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같은 반미 성향의 전직 대통령들도 있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이들과 달리 훨씬 더 단호하고 한미동맹이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며 "한국의 민주주의 자체도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기고문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포함됐다. 창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은 현재 비인도적인 조건 아래 구금되어 있으며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윤석열 정부를 마비시키기 위해 22건의 탄핵안을 주도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이라는 허위 서사를 만들었고 윤 전 대통령은 폭염 속 작은 감방에 갇혀 약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가 감옥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기고문은 현 정부가 "소셜미디어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평화적 집회 참가자를 조사하며, 예배 장소를 압수수색하고 주요 야당의 활동을 금지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는 좌파 독재 정권에서나 있는 일"이라는 미국 전 외교관의 발언도 인용됐다.
이 글은 더 힐의 공식 입장이 아닌 외부 인사의 기고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거리두기가 가능하지만 미국 내 보수 진영에 영향력이 있는 인사가 작성한 점과 이 대통령의 외교 경험이 적고 미국 정계와의 인적 네트워크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외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고문에는 이 대통령 당선 직후 백악관이 보낸 축전에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을 우려한다"는 표현이 담겼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워싱턴타임스에는 트럼프 1기 정부 인사가 한국 대선 결과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기고를 실었고 이에 대해 주미 한국대사관은 "한국 민주주의와 한미동맹은 굳건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창 변호사를 비롯해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로라 루머, 프레드 플라이츠 등 강경 보수 진영 인사들의 여론 형성이 트럼프 정부의 정책 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에서 이번 기고문의 파장은 무시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