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분열의 정치 넘자"…여야 향해 변화 촉구"흡수통일 추구 안 해"…남북 대화 복원 강조"한일관계 과거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야""반도체·AI 육성, 새로운 100년 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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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배제하겠다"며 대화 복원과 평화 정착을 촉구했다. 국내 정치권을 향해서는 "증오·혐오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며 정치문화의 변화를 거듭 요구했다.
그는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 "증오와 혐오, 대립과 대결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며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나라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독립을 쟁취했고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산업화를 이뤘으며 IMF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했다"며 국민 저력을 상기시켰다. 이어 "위기 앞에서 작은 차이를 넘어 더 큰 하나로 뭉치는 힘이 우리 국민에게 있다"며 "낡은 이념과 진영의 분열에서 벗어나 선조들이 꿈꾼 부강한 나라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축사에서는 남북관계와 평화 구상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대통령은 "남과 북은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며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겠으며 일체의 적대 행위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9·19 군사합의를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언급하며 군사적 긴장 완화 의지를 드러냈다. "엉킨 실타래일수록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 먼 미래를 논하기 전에 지금 당장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대목은 남북관계 복원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한 대목이다.
비핵화 문제도 직접 거론했다. 대통령은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라며 "비핵화는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어려운 과제이지만 남북·미북 대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를 넓혀가겠다"고 덧붙였다.-
- ▲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공연을 지켜본 뒤 박수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일 메시지도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은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한일수교 60주년"이라며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오랜 굴곡진 역사를 공유해왔지만 이제는 미래를 향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원칙으로 셔틀 외교를 이어가고 신뢰를 기반으로 협력한다면 초격차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을 향해서도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제·미래 비전과 관련해선 을사늑약을 언급하며 역사적 교훈을 환기했다.
"120년 전 을사년,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하지 못해 국권을 빼앗겼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며 "오늘날 우리는 공급망 재편, 첨단 기술 경쟁,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 발 늦으면 고단한 추격자가 되지만 반걸음만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릴 수 있다"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과학기술을 집중 육성하고 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여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통령은 "평화는 안전한 일상의 기본이자 민주주의의 토대, 경제 발전의 필수 조건"이라고 규정했다.
평화를 단순한 안보 개념이 아니라 국가 성장 전략의 전제 조건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는 또 "전 세계가 K-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문화도 국력임을 증명해야 한다"며 김구 선생이 염원했던 문화강국 비전과 오늘의 성취를 연결 지었다.
이날 경축사에서는 '빛의 혁명'이라는 표현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대통령은 "광복은 단순히 일제에서 해방된 날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우리 손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은 날"이라며 "80년 전 되찾은 빛은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불굴의 의지와 주권 회복의 열망으로 스스로를 불사른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고(故) 이은숙 선생의 외손자 김종민 씨에게 건국훈장 애족장 훈장증을 전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독립운동가와 유공자 예우 강화도 약속했다.
"물을 마실 때 그 근원을 생각하듯 오늘의 대한민국은 선열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며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생존 애국지사에 대한 각별한 예우, 독립유공자 유족 보상 확대, 해외에서 생을 마친 유공자들의 유해 봉환, 아직 서훈을 받지 못한 미서훈 독립유공자 발굴"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공동체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른 분들을 존경하고 예우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우리 사회도 더 튼튼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축식에는 국내외 독립유공자 유족과 보훈단체, 각계 인사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은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해낼 수 있다"며 "선조들이 되찾은 자주독립의 빛, 국민이 이룬 민주주의의 빛이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대한 국민의 저력이 다시 발휘된다면 새로운 100년 도약은 현실이 될 것"이라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김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