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민변 출신 대거 정부 요직 맡아李 동기 사법연수원 18기만 5명에 달해민노총·시민단체 출신들도 적극 기용"말로는 실용주의, 행동은 내 식구 챙기기"
  •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대통령의 초대' 행사에서 독립유공자후손 및 참석자들을 향해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내각 구성을 사실상 마무리한 가운데 이 대통령의 재판을 맡았던 변호사와 그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대거 정부 요직을 차지해 인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전임 정부 장관(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에게 그대로 직을 유지하게 한 '실용주의 노선'은 온데간데없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좌파 진영의 강성 단체 출신들이 이름을 올리며 결국 이재명 정부의 인사 철학이 '내 식구 챙기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장·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국가교육위원장에는 차정인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금융감독원장에는 이찬진 변호사가 임명됐다. 

    두 사람은 모두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18기) 동기다. 민변 출신인 차 교수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입시 비리 의혹을 감싼 이력이 있다. 그는 부산교육감 보궐선거 출마 당시 "당시 수사가 정치 검찰의 표적 수사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민변 부회장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절친'으로 분류된다. 사법연수원에서 이 대통령과 노동법학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이 대통령의 대북 송금 의혹 재판에서 변호를 맡기도 했다. 과거 이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5억 원을 빌려줬다.

    두 사람이 지명되면서 사법연수원 18기에만 5명이 핵심 보직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조원철 법제처장,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도 이들과 연수원 동기다. 

    여성가족부 장관에 지명된 원민경 변호사도 민변 여성인권위원장 출신이다. 송기호 전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 김희수 국정원 기조실장, 이상갑 국정원 감찰실장도 민변 출신이다. 

    이밖에 좌파 진영 인사들의 기용도 눈에 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는 민노총 출신인 김영훈 장관이 임기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민주평통 사무처장에 방용승 전북겨레하나 대표가 임명됐다. 헌법재판소 판결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에서 활동했고, 국가보안법 폐지와 이석기 석방 등을 주장한 인물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인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교육부 장관에 임명됐다. 
    ▲ 13일 이재명 대통령은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장관급 6명에 대한 내정 인사를 단행했다. 교육부 장관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여성가족부 장관은 원민경 변호사가 내정됐다. ⓒ뉴시스

    이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무위원은 8명에 달한다. 김민석 국무총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김성환 환경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과 장관을 겸직하고 있다. 

    이 대통령 사건들의 변호를 맡았던 법조인들도 대거 정부 요직에 기용됐다. 고위 공직자에 임명되거나 국회에 입성한 이 대통령 변호인 수는 13명까지 늘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건 변호를 맡았던 이태형·전치영·이장형 변호사를 대통령실로 불러들였고, 조원철 법제처장과 김희수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은 정부에서 일하고 있다. 위대훈 변호사는 국정기획위원회 정치행정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도 이 대통령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국회에는 김기표·김동아·박균택·이건태·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있다. 

    이 대통령이 친정인 민주당과 자신의 변호인, 좌파 진영 핵심 단체에서 활동한 이력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결국 내각이 '내 식구 챙기기'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실용주의'를 주창한 이 대통령의 철학과도 배치된다는 지점이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하면서 "진영을 넘은 실용주의"라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진영 사람들을 뽑는 것은 정부 철학에서 보면 당연하지만, 계속해서 실용주의를 외친 이 대통령의 인선은 실용적이지 않다"며 "자신의 재판을 도와준 변호사들을 대거 기용해 보은 인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념에 찌든 인사들을 대거 고위 공무원으로 기용하면서 결국 실용주의라는 말 자체가 거짓말임이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장관 후보자 검증 절차에 대해 "검증 절차는 하면 할수록 강화되고 있다"며 "검증 항목과 지명 경위는 여러 경로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추천 경로도 다양한 의견을 잘 듣고 있다"고 밝혔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