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인천·김포서 인명피해 … 중대본, 풍수해 위기경보 '경계' 상향지하철·도로 마비, 시장·주택 침수 … 공공·사유시설 피해 358건14일에도 최대 180㎜ 예보 … 산사태·홍수 경보 잇따라 발령
  • ▲ ⓒ정상윤 기자

    13일부터 중부지방을 강타한 시간당 100㎜가 넘는 '물폭탄'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인천과 경기 김포·포천에서 총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풍수해 위기경보를 '경계'로 상향하고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하며 피해 수습에 나섰지만, 14일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대 180㎜ 이상의 강한 비가 예보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빗길 사고 및 물에 휩쓸려 3명 사망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총 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3일 오전 7시께 경기 포천시 영북면 도로에서는 빗길에 미끄러진 스포츠 유틸리티(SUV) 차량이 신호등을 들이받으면서 조수석에 있던 70대 여성이 숨지고 운전자가 다쳤다.

    같은 날 오전 7시 20분께 인천 중구 운서동 도로에서는 4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져 호수에 빠지면서 운전자가 사망했다. 이어 낮 12시 14분께 경기 김포시 고촌읍 대보천에서는 불어난 물에 차량이 휩쓸려 떠내려가 뒷좌석에 있던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김포의 사고 당시에는 낮 12시 2분께 시간당 101.5㎜의 집중호우가 내린 직후여서 빗물 피해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중대본은 김포의 80대 남성 사망 건만 자연재난 인명피해로 집계했다. 다만 인천과 포천의 사망자 2명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교통사고로 분류해 중대본 공식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 ⓒ뉴데일리 DB

    ◆700여 명 일시 대피 … 곳곳에서 고립자 구조 활발

    갑작스러운 물난리에 이재민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5시 기준 서울·인천·경기 등 3개 시·도, 15개 시·군·구에서는 총 500세대 733명이 일시 대피했다. 이 중 489세대 712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임시 주거시설이나 친척 집에 머물고 있다. 물이 차오른 저지대 주택과 상가 주민들은 긴급 대피하거나 고립되기도 했다.

    침수된 비닐하우스와 계곡물 범람으로 고립된 시민들이 119 구조대에 의해 구조되는 등 곳곳에서 고립자 구조 활동도 활발히 이뤄졌다. 지난 13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내곡동에서는 침수된 비닐하우스에 고립된 시민 6명이 안전하게 구조됐고, 양주시 산장 두 곳에서는 계곡물이 불어나 총 36명이 고립됐으나 소방 구조대가 출동해 대피시켰다.

    ◆도로·지하철 마비, 시장 침수 등 시설 피해도 심각

    공공 및 사유 시설 피해와 관련해서 이날 오전 5시 기준 총 212건의 공공시설과 146건의 사유시설 피해가 접수됐다. 경기북부 경찰청에는 도로·차량 침수, 가옥·상가 침수, 신호등 고장 등 집중호우 관련 112 신고만 207건이 접수될 정도로 피해가 광범위했다.

    교통 시설 마비도 심각했다.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인천역 일대 도로가 침수돼 통행이 통제됐고 주안역∼부평역 구간 열차 운행도 한때 중단됐다.

    인천지하철 1호선 박촌역 역시 선로 침수로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다. 지하철 3호선 화정역은 역사가 침수됐으며, 지하철 3호선 일산선과 경의·중앙선, 경원선, 교외선 등 수도권 일부 구간의 열차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대부분 노선은 배수 작업 후 운행이 재개됐지만, 고양시와 의정부시를 연결하는 교외선은 추가 호우 예보와 시설물 복구를 고려해 운행 재개가 미뤄졌다.

    이 외에도 인천 서구의 정서진중앙시장과 강남시장이 침수됐고, 동구 송현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담장과 구조물이 무너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지자체별로는 의정부시에서 주택·상가 침수, 도로 침수 등 다수의 피해가, 고양시에서는 도로 및 주택 침수를 중심으로 150여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 비 내리는 광화문. ⓒ서성진 기자

    ◆정부, 위기경보 격상 … '정체전선+저기압' 영향 지속될 듯

    중대본은 지난 13일 오후 6시 30분께 풍수해 위기경보를 '경계'로 상향하고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했다. 윤호중 중대본부장(행안부 장관)은 "밤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위험지역에는 최대한 접근하지 말고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 또한 같은 날 오후 6시께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단계를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했다.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 3단계 발령이다.

    산림청은 서울·인천·경기·강원 지역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하고, 경기 북부 등 주요 지역에 산사태 경보를, 동두천·연천에는 주의보를 발령했다. 또한 포천천 포천대교, 동두천 송천교, 파주 신우교 등 지역 하천 주변에는 범람 우려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동두천 송천교와 고양 원당교 일대에는 홍수 경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은 "현재는 비가 다소 잦아든 상황이지만, 새벽까지 다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홍수와 산사태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상청은 14일에도 수도권과 서해5도에 50∼150㎜, 많은 곳은 최대 18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