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민주당사 내 김용 사무실 압수수색"화무십일홍 기억하라" … 일침 가한 李 대통령"檢 쿠데타"라더니 … 여권, 檢 권한 십분 활용국힘 중앙당사 압색, 당원 개인정보 요구
  • ▲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2022년 10월20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김건희 특검팀이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더불어민주당 당사 압수수색 당시 한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윤석열 정부를 향해 비판하며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했는데, 정작 민주당이 집권하자 이 대통령이 지명한 특검팀이 제1야당 당사를 압수수색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14일 정치권에서는 전날 단행된 김건희 특검의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두고 이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로 있던 2022년 10월, 검찰이 중앙당사 안의 민주연구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을 때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저열한 정치 보복"이라는 표현을 쓰며 거칠게 반응했다.

    이 대통령의 대장동 게이트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2022년 10월 19일 민주당 중앙당사 안에 있는 김용 당시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강력한 저항으로 집행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이튿날인 20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가 권력과 역량을 상대 정당을 탄압하는 일에 집중하는 이 현실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며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 영원한 권력이 어디 있겠나"라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이어 "'칼로 흥한 사람은 칼로 망한다'라는 말도 기억해야 한다.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 하는 정권이 돼야 한다"며 "지금은 모든 것이 내 손 안에 있고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될 것 같지만 이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당시 불법대선자금 혐의 수사를 위한 증거 확보를 위해 당사 안의 김 전 부원장 사무실을 압색한 데 대한 강력한 비판이며, 민주당도 "검찰 쿠데타"라고 반발했다.

    같은 달 25일에도 규탄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긴급 의원총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이제 우리는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며 "정치 도의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에 대해서 엄중한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생으로 돌아가야 하고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 존중하고 함께 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분신'이라고 부르는 최측근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10억 원이 넘는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수수 혐의로 2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지난 13일 당사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이재명 방탄'이라는 오명에도 당시 검찰을 강력히 비판한 민주당은 정권이 교체되자 표변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한 개혁을 주도하는 민주당 정권은 개혁 전까지는 검찰의 권한을 톡톡히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건희 특검은 국민의힘이 대전에서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진행한 전날 여의도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며 500만 당원의 개인정보 확보를 시도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의 행태는 국민에 대한 모욕이며 정의와 법치에 대한 도전"이라며 "침묵과 방조로 진실을 회피하는 국민의힘에 정당한 특검 수사를 가로막을 자격은 없다"며 "특검을 공격하고 수사를 방해하는 것은 곧 범죄행위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 수사에 즉각 협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소환하며 공격에 나섰다. 

    송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당시 검찰은 민주당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한 것이 아니다. 당사 안에 있던 이 대통령의 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이라며 "김건희 특검이 국민의힘에 요구하는 것처럼 민주당의 당원 명부 내놓으라는 비상식적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또 "2022년 10월 25일 이재명 대통령, 당시 민주당 당대표 발언으로 마무리하겠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이제 우리는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