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남전 패배 간접 언급에 이은 발표로 논란FMC 검증 미완 … '조건 무시 속도전' 우려확장억제 불확실·北核 고도화 속 시한 압박C4ISR·전략기획 취약 … 자립 대비 태세 의문주한미군 감축·지휘축소 시 전작권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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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오는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약 12일 앞둔 13일 이재명 정부가 임기(2030년 6월 4일) 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국정 과제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공표는 '조건을 무시한 성급한 속도전'이자 '정치적 무리수'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작권 전환 공표는 시기적으로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전진 안보 관료는 "최근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미군의 베트남전 실패를 의식한 듯 베트남이 '외국 군대와 싸워 이겨내고 통일을 이뤘다'고 말했다"며 "북한에 유화적인 인사들이 정권에 포진해 있는 만큼 한미 연합훈련 축소에 이어 주한미군 철수까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된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연합훈련 축소·연기는 북한이 가장 바라는 바"라고 비판했다.
◆국정위, '국정 운영 5개년 계획' 발표 … "임기 내 전작권 전환"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위원장 이한주)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청사진인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홍현익 외교안보분과장은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를 목표로 3축 방어체계 고도화, 임기 내 전작권 전환, K-방산 4대 강국 도약, 남북 관계 정상화, 국민 공감 통일정책, 국익 중심 실용외교 등 국방·방산, 통일, 외교 분야 국정 과제를 설명했다. 그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전작권 전환 이행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 실행하고 우리 군의 감시 정찰과 작전 계획 및 지휘 능력을 향상시켜 대북 억제 태세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조건 기반 전환 원칙 … 아직 'FMC' 최종 검증 못 끝내
이재명 정부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COTP)'이라는 2014년 한미 합의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시한을 앞당기면 연합 대비 태세와 확장억제 공약이 약화될 수 있다.
한국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무기한 연기하는 대신 "충분한 조건을 충족할 때 전환한다"는 조건 기반 전환 원칙에 합의했다. 이후 한미는 최초작전운용능력(IOC)→완전운용능력(FOC)→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 검증 평가를 통해 한국군의 연합작전 주도 능력을 입증하는 절차를 밟아왔다.
그러나 국방부와 연합사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19년 8월 IOC 평가를 통과했고 2022년 8월 FOC 평가까지 실시됐으나, FOC 단계에서 확인된 보완 과제들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최종 단계인 FMC 평가는 착수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한 예비역 장성은 "현 시점에서 전작권 전환을 밀어붙이려면 사실상 기존에 합의한 '특정 조건들'을 바꾸거나 생략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한미 동맹이 쌓아온 신뢰 기반을 무너뜨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 ▲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국방부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주한미군 사령관 "전작권 전환, 무리하게 서두르면 한미 양국에 손해"
이러한 우려는 미국 측에서도 표출됐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8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우리가 해선 안 될 일은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바꾸는 것"이라며 "만약 손쉬운 지름길을 택한다면 한미 연합군의 준비 태세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전작권 전환은 기존에 합의한 특정 조건을 충족하며 계속 추진해야 잘 될 것"이라며 "시한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서두르는 것은 한미 양국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고 못 박았다.
이처럼 주한미군 지휘관이 전작권 전환 추진에 공개적으로 신중론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해당 발언 배경에 대해 "새 정부가 전작권 '임기 내 환수'에 집착해 검증 단계를 단축하려 할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선제적으로 선을 그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핵 고도화 등으로 구조적 한계 직면 … 조건이 아닌 날짜 기준 전환?
전작권 전환의 전제 조건 중 하나인 '안정적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도 현재의 엄중한 주변 정세로 인해 사실상 충족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2014년 합의 당시보다 고도화된 데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 중국의 역내 군사굴기 가시화 등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해당 조건은 언제까지고 충족되지 않을 '무한 연기' 전제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알면서도 임기 내 전환을 공언한 것은 조건부 전환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고 날짜를 목표로 선회하겠다는 의미라는 비판도 나온다.
또 한국이 전작권을 가져오면 미국의 핵우산 보장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국민 여론에 잠재해 있는 만큼 확장억제 신뢰성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키고,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도 재가동해 핵우산 공약을 제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러한 협의체들의 구체적인 작동 절차나 한미 간 역할분담이 공식 문서화돼 있지 않고, 실전적 연습을 통해 숙달된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확장억제 구현 방식이 모호한 상태에서 전작권까지 전환된다면 북한의 핵 고도화 앞에 한국민이 느낄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안보 전문가는 "전작권 전환을 논의하려면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을 더욱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며 "NCG 협의 결과를 공동 문서로 명문화하고 유사시 핵자산 운용 절차를 연합 매뉴얼화하는 등 실질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노력이 없이 서둘러 전작권부터 넘겨받으면 한국군 단독으로 북핵을 억제해야 하는 부담이 커져 궁극적으로 한미 동맹과 국가 안보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니콜 파시냔(오른쪽) 아르메니아 총리,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3자 공동 선언문에 서명 후 함께 악수하고 있다. 오랜 앙숙이었던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속에 평화 선언에 서명했다. ⓒAP/뉴시스
◆C4ISR 자산·전략기획 등 부족 … 확장억제 실효성 확보돼야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또 하나의 쟁점은 한국군 자체 대비능력의 준비도다. 특히 한국군이 전시 단독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지, 미군 없이도 지휘통제·정보감시정찰(C4ISR) 자산과 정밀타격 능력을 충분히 갖췄는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한 예비역 장성은 "미국의 정찰위성·초동경보·타격자산 지원 없이는 지속적인 대응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군은 최근까지도 다수의 군 정찰위성과 전략무인기 도입, 대량 응징 보복용 정밀유도탄 증강 등을 추진 중으로, 핵심 전력 면에서 완전한 자립을 이루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100조 원 이상의 전력투자가 이뤄졌음에도 여전히 한국군의 독자적 전쟁 지속 능력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합참 전작권추진단장을 지냈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38년 군 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전작권을 받지 말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전작권 환수 후 우리 국방이 문제가 없을 만큼 무기와 탄약 등을 사고 하려면 200조 원으로도 모자랄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한미군 감축·지휘 체계 변경 병행 시 '유명무실 전작권' 우려
전작권이 한국으로 넘어오더라도 동시에 한미 연합방위 체제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 상징성과 실효성 모두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주한미군의 태세 조정 움직임들이 전작권 전환 시기와 맞물리면 한국군이 형식적 주도권만 갖고 실제 전력은 축소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미국 내에서는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공공연히 거론된다. 올해 5월 월스트리트저널 (WSJ)은 주한미군 4500명을 감축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재배치하는 구상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반도에 순환 배치 중인 미 육군 스트라이커 여단(여단 전투단 약 4500명)을 괌 등 타지역으로 전환하고, 나아가 미2사단 등 지상전력 전체를 축소하는 구상을 시사한 것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시나리오는 한미 연합지휘 구조 자체의 개편 가능성이다. 미국 국방부는 전체 4성 장군 직위를 약 20%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와 연계해 주한미군사령관 직위를 현재의 4성에서 3성으로 격하하는 논의도 거론된다. 이는 현 한미연합사 체제가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는 '통합형' 체제로 개편되면 연합부사령관을 겸임하는 주한미군사령관 직위를 미 3성급으로 낮추는 방안을 의미한다.
미군은 일본 주둔 미군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주일미군사령관을 중장(3성)에서 대장(4성)으로 승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발맞춰 일본 정부는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를 하나의 전구(戰區)로 묶어 중국을 견제하는 '원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
이는 유사시 대만해협 등 역내 분쟁에 주한미군이 투입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대북 방어 임무에 국한됐던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전환하는 전략적 변화를 담고 있다.
전직 합참 관계자는 "만약 전작권 전환과 함께 주한미군의 임무 축소나 재편이 병행된다면 한국군 주도의 연합 방위라는 전작권 전환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동아시아 지역의 주도권을 일본이 쥐고 한국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아시아 전력을 효율화하는 과정에서 주일미군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의 위계 문제를 조정하려 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육·해·공군·해병대 예비역 장성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도 지난달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대수장은 성명에서 "한국군 4성 장군이 연합사령관이 될 경우 미국 측은 한국 방위에 대한 책임이 해제된다. 특히 미국은 타국의 지휘관이 미군을 직접 작전 통제하는 것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한미 연합 방위 체제가 사실상 해체 수준으로 약화되어 전쟁 억제력 상실로 북한이 오판할 개연성이 커지고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