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사법개혁 특위 출범…추석 전 마무리 의지 대법관 정원 14→30명 법원조직법 개정 추진李 방탄용 대법관 증원 논란…편향 임명 우려 제기민주, 李 선거법사건 심리한 대법원 청문회·탄핵 추진 예산 286억 7900만 원 투입해야 한다는 문제도법조계 "사법 불신 심화 우려…1·2심 강화가 더 필요"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공식 출범하고 대법관 수 증원 등 논의를 본격화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법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상고심 심리 충실화'라는 명분으로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판 지연, 최고법원으로서의 위상 훼손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여당 주도로 급격히 추진되는 과정에서 대법관 구성이 특정 정파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들 탄핵을 추진한 바 있다.

    대법관을 현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릴 경우 5년간 300억 원에 달하는 국가예산도 투입된다. 법조계에선 "하급심을 강화하는 등 일반 국민 눈높이에 맞는 법 개정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위 위원장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與, '사법개혁특위' 출범 … '대법관 30명법' 강행하나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12일 사개특위를 공식 출범하고 국회 본관에서 1차 회의를 열었다. 

    정청래 대표는 출범식에 참석해 '추석 전 개혁 입법 완수'를 재차 약속했다. 그는 "사법개혁의 열차를 출발시킨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내용도 방향도 잃을 수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목표한 추석 전에 사법 개혁을 완료한다는 역사적 사명감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법관 평가의 투명성 강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어떠한 국가조직도 다 평가를 받는데 법관만 유일하게 대법원 규칙으로 내규로 돼 있어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 부분도 국민의 눈높이 상식에 맞도록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 출신인 백혜련 사개특위 위원장은 여론조사 결과 국민 61.8%가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며 "검찰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치로 사법부의 존재 이유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라고 했다.

    특위는 오는 19일 전문가 공청회, 27일 국민경청대회를 열어 국민 의견과 전문가 제언을 수렴한 뒤, 추석 전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 법관평가위원회 도입, 국민 참여재판 확대,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등 사법 개혁을 공약한 바 있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대법관 증원 규모는 대선 공약집에 담지 않았다. 민주당 내부에서 대법관 정원을 현행 14명에서 100명으로 늘리고 비(非)법조인도 대법관에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 대통령 지시로 철회됐다.

    민주당은 대선 직후인 지난 6월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대법관 정원을 3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5월 1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민주, 李 사법리스크 대두되자 대법원 공격

    민주당은 "대법관 1인당 연간 약 5000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하다"고 주장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선거법위반 파기환송 판결 직후 대법관을 증원한다는 것은 의도가 뻔하다는 반응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5월 1일 이 후보의 선거법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민주당은 같은달 5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이 후보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조항에서 '행위(行爲)' 부분을 삭제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같은달 14일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해 자의적인 법 해석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의결됐다. 

    같은달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선거법위상 상고심을 심리한 대법원에 대해 '선고가 이례적으로 신속히 진행됐다'며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에 대한 탄핵과 청문회를 추진했다. 이에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 대통령 상고심 공정성 문제'와 '사법 독립'을 안건으로 상정해 긴급 회의를 열기도 했다.
    ▲ 대법원. ⓒ뉴데일리 DB

    ◆ 법조계 "되레 재판지연 심화 … '李 방탄' 사법부 불신 팽배 우려도"

    민주당이 '신속 재판', '공정 재판' 등을 명분으로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법조계에선 단순 증원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원합의체 운영 방안 없이 대법관 수만 늘릴 경우 오히려 재판 지연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개정안대로 대법관이 급격히 증원되면 전원합의체 회의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재판 지연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원이 필요하다면 한 정부당 4명 정도씩 점진적으로 늘려가되 전원합의체 운영 방안부터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대법관 정원을 늘릴 경우 사법 역량이 대법원에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기준으로 대법관 1명이 증원되면 전속 재판연구관 2명, 비서관 1명, 실무관 3명, 비서 1명 등 최소 7명의 인력이 함께 증원된다. 대법관 수가 늘어날수록 그만큼 사법 자원이 대법원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이에 국가 예산을 대거 투입해야 한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대법관과 대법관비서관을 각각 16명 증원하는 경우, 추가재정소요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총 286억 7900만 원으로 추계된다"고 했다.

    법조계 일선에서 의뢰인을 대면하는 변호사들도 분쟁을 재판으로 해결해야 하는 국민 입장에선 1심에서 재판 결과에 승복하고 분쟁을 종결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대안이 나왔다. 재판에 드는 사회적 비용과 사법 자원 효율 측면에서도 동일한 평가가 나온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하급심 법관 증원과 심리 충실화가 사법개혁의 선결 과제로 꼽힌다고 보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그동안 하급심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져 왔음에도 여전히 하급심 판사 인력이 부족해 문제가 되고 있다"며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보다 먼저 1심·2심 법관을 충실히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을 지낸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학장은 "방탄 입법이나 사법체계 재편 시도는 모두 특정인을 위한 입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법의 탈을 쓴 무질서, 법의 외형을 가진 반(反)법의 정치가 횡행하는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