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공연장·수영장까지 연쇄 협박 … 수천 명 대피공중협박죄 신설로 미수범도 처벌 … 촉법소년은 한계경찰력 소모·상권 피해·시민 불안 … 재발 방지책 시급
  • ▲ 11일 오전 경찰이 광주 동구 롯데백화점에서 폭발물 수색에 나서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고객·직원 출입을 전면통제하고 백화점 건물 안팎을 수색하고 있다. 2025.08.11. ⓒ뉴시스

    최근 한 달 새 서울과 지방 주요 시설에서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허위 협박이 잇따라 발생하며 전국이 대피 소동에 휩싸였다.

    백화점을 비롯해 공연장, 수영장, 게임사 본사 등 다중이용시설이 집중 표적이 됐고 때아닌 폭파 협박이 잇따르면서 시민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5일 오후 12시 36분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을 폭파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오늘 신세계백화점 절대로 가지 마라", "어제 1층에 폭약을 설치했다. 오후 3시에 폭파된다"고 적었다. 이에 경찰특공대와 기동대, 폭발물 처리반 등 242명이 투입됐고 고객과 직원 4000명이 대피했다.

    1시간 30분가량 수색 끝에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매출 손실이 5~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글을 쓴 중학교 1학년 A군은 6시간 만에 제주 자택에서 검거됐다. 비슷한 글을 올린 20대 남성도 다음 날 경남 하동에서 붙잡혔다.

    같은달 7일에는 부산 하단동 인근 수영장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112 신고가 접수돼 을숙도 서부산권 장애인스포츠센터 이용객 100여 명이 대피했다. 이어 8일에는 경기 성남시 님블뉴런 본사 건물 폭발 협박 글이 올라왔고 30대 남성이 스스로 경찰에 찾아와 자수했다.

    10일 오후 2시께는 올림픽공원 KSPO돔에 "고성능 폭탄을 여러 개 설치했다"는 팩스가 접수됐다. 발신자는 일본 변호사 이름을 사칭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예정된 그룹 '더보이즈' 공연은 2시간 연기됐다. 관객 2000명도 밖으로 대피했다. 다음날에는 오전 9시 30분께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 팩스로 광주 서구 롯데백화점 폭탄 설치 협박이 들어왔다. 실제로 광주 서구에는 해당 지점이 없었지만 경찰은 만일을 대비해 인근 백화점 2곳을 수색했다.

    12일 새벽 4시 27분께는 50대 남성 B씨가 경찰민원콜센터(182)에 전화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구치소에 뭐라도 가져가서 폭파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은 신고 접수 50여분 만인 오전 5시 18분께 안양시 소재 노상에서 B씨를 긴급체포했다.
    ▲ 5일 오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2025.08.05. ⓒ뉴시스

    ◆연쇄 협박에 치안 불안 … 공중협박죄로 대응 본격화

    잇따르는 허위 폭탄 협박은 단순한 장난이 아닌 중대한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2월 형법 개정으로 신설된 '공중협박죄'는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폭발물 설치 협박처럼 불특정인에 대한 위해를 예고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상습범은 가중처벌(7년 6월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된다. 실제 범행이 이뤄지지 않아도 미수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개정안은 인터넷 방송과 게시판 등을 통한 공중협박 행위가 계속됨에도 현행법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의해 마련됐다. 특히 불특정·다수에 대한 공중협박 행위가 ▲기존의 협박죄로 처벌할수 있는지 ▲피해자를 누구로 보아야 하는지 ▲언제 범죄가 성립 하는지 등에 대해 판결이 엇갈리고, 처벌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던 점 등이 고려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앞서 적발된 신세계백화점 협박범 중학생 A군과 서울구치소 폭파 협박범 50대 남성에게 공중협박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모든 피의자가 동일한 수준의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A군처럼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에 그친다. 또 폭발물 제조나 반입 등 구체적인 실행이 없는 허위 글로서 경찰력과 소방력을 대거 투입하게 하고 치안 활동에 지장을 초래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돼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협박 메시지가 SNS나 팩스를 통해 쉽게 전달되는 만큼 사회가 총기·폭탄·마약 등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라며 "경찰의 선제적인 첩보 수집과 처벌, 폭탄 제조 가능성·약물 구입 차단 등 적극적인 방어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특공대 투입은 시각적 효과와 심리적 억제력을 동시에 주는 강력한 대응"이라며 "허위 위협이라도 두려움과 공포를 조성하는 행위는 사회적 불만 표출의 일환이자 실제 범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예방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경찰청. ⓒ정상윤 기자

    ◆폭탄 협박의 또 다른 피해 … 경제 손실과 불안 확산

    허위 폭발물 협박은 단순한 장난을 넘어 경찰력과 소방력, 행정 자원을 대규모로 소모하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지적된다. 현장에는 경찰특공대와 기동순찰대, 폭발물 처리반, 소방대 등 수십수백 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각종 장비가 동원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와 유류비 등은 모두 불필요한 비용으로 전환된다. 폭발물 대응에 경찰관들이 대거 동원될 경우 정작 필요한 곳에서 경찰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간 피해도 잇따른다. 신세계백화점 사건의 경우 5~6억 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이 추산됐다. 또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 해당 지역에 대한 방문객 감소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상권 전반의 피해도 키울 수 있다.

    경찰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폭파 협박 등 허위 게시글과 112 거짓신고 등이 잇따라 발생하자 국민적 불안과 사회적 손실이 야기된다고 경고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7일 "거짓신고 행위 등에 대한 엄중한 형사처벌과 관련 사안들을 분석해 필요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후속 조치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허위 게시글과 거짓신고 등을 두고 경찰력 낭비로 인한 민생치안 공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법적 제도적 미비점을 살핀 뒤 개선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들께서 거짓신고 행위 등으로 인한 해악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동참해 달라"면서 "경찰은 이를 위한 대국민 홍보 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동우 기자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