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시위를 '혐오 시위'로 규정해 비판외국인·이주노동자 차별 재발 방지 지시2019년 美 대사 모욕 땐 형사 입건 안 해北 주민 위한 대북 방송은 '비방 방송' 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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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전국 40여 개 대학 학생들의 연대인 '자유대학'이 최근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개최한 반중 시위를 '혐오 시위'라고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36차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얼마 전 대림동과 중국 외교 공관 앞에서 표현의 자유라고 하기가 어려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혐오 시위가 벌어졌다"며 "이런 모습을 다른 나라에서 봤을 때 과연 대한민국이 어떻게 보일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모범 국가라는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에 결코 걸맞지 않은 모습"이라며 "전 세계가 K-문화에 열광하면서 우리를 주시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계 당국을 향해 "이주 노동자, 외국인,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나 인권 침해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철저히 취하고 혹시 필요하다면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가정보원이 이종석 원장 취임 직후 중단한 대북 방송, 군의 대북 확성기 철거와 방송 중단을 놓고 "북측에서도 일부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고 한다"며 "대한민국의 조치에 맞춰서 북측도 불필요하고 비용이 드는 확성기를 상호 철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과 군의 심리전 수단이자 북한 주민들의 정보 창구였던 대북 방송을 북한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비방 방송'으로 규정하며 "6월에 비방 방송을 우리가 먼저 중단하니까 그쪽도 중단했다. 이렇게 상호 조치를 통해서 남북 간에 대화와 소통이 조금씩 열려가기를 바라고 서로에게 피해를 끼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 되는 관계로 전환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분단돼서 군사적 대결을 하느라고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사실은 서로에게 힘든 일인데 굳이 또 서로에게 고통을 가하고 서로에게 피해를 입히고 이렇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가급적이면 대화도 소통도 다시 시작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평화와 안정이 뒷받침되는 한반도를 통해서 각자의 경제적 환경도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참수대회 참가자가 2019년 12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참수대회에 참석해 '콧수염 제거 퍼포먼스'와 '묵사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자유대학 청년들이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개최한 '부정선거 규탄·감시 집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의 얼굴이 인쇄된 오성홍기를 찢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관할서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를 형법 제108조 제2항(외국사절모욕죄)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해 단체 관계자를 입건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반미·친북 성향 단체들의 반미 집회에는 외국사절모욕죄가 적용되지 않았다. 국민주권연대와 청년당이 2019년 12월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해리스 참수(斬首) 경연 대회'를 열고 해리 해리스 당시 주한 미국대사를 조롱·모욕하는 퍼포먼스를 벌였지만, 관할서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외국사절모욕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당시 집회 참가자들은 해리스 대사의 얼굴이 크게 인쇄된 패널에 수염을 붙여 놓고 하나씩 뜯어내거나 해리스 대사 얼굴이 인쇄된 종이를 두부 속에 넣어 으깨는 등의 행동을 했다고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 언론들은 한국 경찰의 자유대학 관계자들 입건 소식을 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한국 경찰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부정선거 규탄 집회를 연 우익단체 자유대학 측에 출석 조사를 요구했다"며 "집회 중 그들은 중국대사관을 모욕하는 등 중국에 대한 적대적 행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도 한국발 기사에서 "해당 단체가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부정선거 규탄 집회를 여는 과정에서 중국 국기와 주한 중국 외교관의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을 찢었다"며 "이른바 '중국이 선거에 개입한다'는 소문도 퍼졌다"고 전했다.
한국에 주재하는 동안 한국 정부의 숱한 내정 간섭 논란을 불러일으킨 싱하이밍 전 주한 중국대사도 지난달 29일 25차 한중고위지도자포럼에서 "한국의 반중 여론은 극우 세력이 조성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정부가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 대사의후임인 다이빙 대사는 지난 7일 한 언론사 대표와의 면담에서 한국 사회 일부의 '반중 음모론' 등에 대한 우려를 밝히면서 "한중 양국이 중요한 이웃으로서 활발하게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