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문희상 등 '국민눈높이' 당부정청래 "내란 세력 척결, 멀고 험한 길"사실상 대야 강경 노선 고수 뜻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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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출신 원로 정치인들이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해 "과유불급"이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하지만 정 대표는 "대한민국을 온전하게 정상화할 길은 멀고 험하다"면서 강경 노선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12일 국회에서는 민주당 상임고문단 초청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원기·임채정·문희상·박병석·김진표 전 국회의장과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용득 상임고문 등이 참석했다.
정 전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민주당이 당원 중심의 정당으로 많이 발전을 했다. 당연히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하고 거기에는 공감을 한다"면서도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돼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집권당은 당원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이어 "당원이 아닌 국민 여러분의 뜻을 어떻게 수렴하고 받들 것인가 하는 노력도 (정 대표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며 "당원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존중받고 함께 하는 그런 정당으로 발전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당대표 취임 후 줄곧 국민의힘에 대해 적대적인 기조로 일관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정 대표의 노선에 우회적으로 비판의 뜻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총리는 또 정부가 기획하고 있는 8·15 '국민대표 임명식' 행사와 관련해서도 "일부의 국민만 참여하거나 또 일부 국민만 지지하는 임명식이 된다면 그 의미가 반감되지 않겠느냐"라며 "국민임명식이 모든 국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임명식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당에서 고안하고 노력하는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파멸한 근저에는 '정치 실종'이란 원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 전 국회의장 정 대표를 향해 "(개혁을)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처리하겠다'라는 말씀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단 항상 잊지 말아야 될 게 있는데 과유불급"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 의장은 "의욕이 앞장서 전광석화처럼 해버리는 것은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며 "특히 당정 관계에서 대통령은 '통합해라'에 방점을 찍어서 가는데 당은 너무 급하게 몰아부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식 '개혁 입법'에 속도를 내는 데 대한 당부로 해석된다.
또 정 대표가 '배드캅 굿캅 전략'을 구사하는 데 대해서도 "틀린 말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대한민국의 큰 흐름을 보면 정치 자체가 붕괴됐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치를 모색하는 길은 (배드캅)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
임 전 국회의장도 "과격하지 말라"면서 문 전 의장과 같은 취지로 당부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도 "개혁은 신속하게 빠른 시일 내에 끝내고 이제 국민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정치 실정을 반면교사 삼아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국민의 통합과 공감대가 있어야만 국정의 모든 분야, 외교 분야까지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에게 통합 정신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보를 주문한 것이다.
이용득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 지도부나 이 대통령이나 잘 하고 계신데 여론조사는 (지지율이) 어제 뚝 떨어졌다"며 "너무 앞서가도 국민이 따라 오질 못한다는 거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란 세력과 악수하지 않겠다"는 정 대표의 취임 일성에 대해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인 "국익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아라"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여야 협치를 주문했다.
정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아직 내란이 끝나지 않았고 대한민국을 온전하게 정상화시킬 길은 멀고 험하다"면서 강경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어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정의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당을 지켜오신 우리 고문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정 대표는 고문단의 모두발언이 이어진 이후에는 추가 발언을 통해 "잘 새겨듣겠다"고 덧붙였다.

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