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윤미향 등 범여 인사들 대거 사면·복권野 "몰역사적 사면의 극치 … 국민에 도전"전문가들 "국민주권정부? 국민 눈높이 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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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왼쪽)와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뉴데일리DB
이재명 정부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범여권 인사들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끝내 단행했다. 반성 대신 억울함을 주장한 인사들을 사면한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에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보은'이라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국민 통합 대신 분열을 키운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야권과 전문가들은 "국정 동력 상실의 자충수를 뒀다"라며 후폭풍을 경고했다.
11일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자녀 입시 비리 논란의 조 전 대표와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횡령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윤 전 의원 등을 사면·복권하자 이에 대한 여야 간 공방이 거세게 일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조 전 대표 등의 사면에 대해 "결국 정권 교체 포상용 사면권 집행"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의원에 대해서도 "위안부 할머니의 피눈물을 팔아 개인의 사리사욕을 챙긴 반역사적, 패륜적 범죄를 저질렀는데 그런 사람을 광복절에 사면한다는 것은 몰역사적인 사면의 극치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직격했다.
특히 조 전 대표의 사면에 대해서는 범여권인 정의당에서도 "객관적 기준과 공감대가 결여된 광복절 특별사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특사 발표에 앞서 "공정과 책임이라는 우리 사회 최후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사회 통합을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조 전 대표와 윤 전 의원 등을 검찰 수사의 피해자로 규정하며 "정부의 발표대로 민생과 국민 통합을 중심 가치로 삼은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어 "내란을 종식해야 하는 정부인만큼 검찰 독재의 무도한 탄압 수사로 고통받은 피해자들의 삶과 명예를 되돌려드리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도 "조 전 대표가 치유의 공기를 호흡한 건 국민 덕"이라며 "이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완전 회복과 국민주권정부를 뒷받침할 개혁의 강력한 동력이 생겼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이날 발표한 정치인·주요 공직자 등 27명의 사면 및 복권 대상자에는 홍문종·정찬민·하영제 전 국민의힘 의원 등 야권 인사들도 포함됐지만, 친문(친문재인)계를 비롯한 범여권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조 전 장관과 윤 전 의원을 포함해 조 전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조 전 대표 아들의 인턴 활동 관련 허위 발언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강욱 전 의원,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에 대한 부당 채용으로 직을 상실한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하명 수사' 논란의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윤건영 민주당 의원 등이 이번 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은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 요구에 부응하고 민생경제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법무부의 사면안에 공감했다"며 "여당보다 야당 쪽 사람이 훨씬 많고 이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하기 어려운 분들이 사면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 ▲ 이재명 대통령.ⓒ뉴데일리DB
하지만 이번 광복절 특사는 발표 전부터 여권의 청구에서 따른 보은성 사면이 될 것이란 비판이 거셌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여당 내부에서조차 "이재명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이뤄지는 첫 광복절 특사인 만큼 정치인보다 민생범·사회적 약자를 우선해야 한다"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결국 이 대통령이 여권의 숙원처럼 밀어붙인 사면 요구에 응답한 셈이어서 파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전 대표의 자녀 입시 비리와 윤 전 의원의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횡령 논란은 각각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고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이었다. 이에 따라 여론의 역풍은 거셀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의를 무너뜨린 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정부가 무슨 낯으로 정의를 운운한단 말이냐"며 "대통령이 품은 것은 '국민 통합'이 아니라 '내 사람, 내 편'이었고, 그 대가는 국민 가슴에 깊은 상처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도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결국 진영의 요구와 압박에 굴복하고 눈치 보는 이재명의 모습을 보여준 꼴"이라며 "진영 챙기기를 위해 대통령의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한 것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개딸(이 대통령 강성 지지층)을 제외한 중도층과 국민 사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환상이 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의 검찰 개혁 주장도 진영의 범죄를 모두 무죄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국민이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국민주권정부라고 말하지만 국민은 별로 원하지도 않는 사면을 단행한 것이어서 국민의 눈높이와 다르고 정부의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국민에게 이재명 정부도 윤석열·문재인 전임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전략적으로 이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차기 대권주자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힘을 분산시켜 자신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친문의 상징적인 인물이 돌아온다는 것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위축시킬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된다는 것이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지지도 흔들리게 된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럼에도 여권 내 경쟁 구도를 만들어 이 대통령 자신의 역량을 유지하려는 정무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권의 구조적 지형 변화도 예상된다.
박상병 평론가는 "조국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경쟁이 본격화하면 여권이 양분화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했다.

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