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세 기준 두고 李 대통령 고민 깊어져민주당은 현행 50억 원 기준 유지 의견 전달정부 세제 개편안 발표 12일 지났지만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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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주식 양도세 기준을 현행 유지(50억 원)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은 미뤄지는 모양새다. 야당에서는 특별사면권 행사는 속전속결로 해결하고, 이 대통령이 정작 개미 투자자의 눈물에는 '시간 끌기'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1일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며 "복수안 같은 건 없었다. 당은 충분히 의견을 전달했고, 정부와 입장이 달라 논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전날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가졌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체제 이후 첫 고위당정협의회다. 이 자리에서 여권은 주식 양도세 개편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주식 양도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즉각 개미 투자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쏟아졌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약속한 이 대통령이 오히려 주식 시장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세제 개편안 발표 하루 만인 지난 1일 코스피 지수는 3.88% 급락했다.
이런 와중에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을 맡았던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 거래 논란은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정부의 인공지능(AI) 정책의 밑그림을 맡은 이 의원이 스스로 AI 기업 주식을 거래하는 모습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된 것이다.
이 의원은 즉각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했고, 민주당이 이 의원을 제명했지만 부정적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은 상태다.
결국 결정의 몫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대주주 요건을 10억 원으로 낮추는 안에 대해 주식 투자자의 반발이 거세지만,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을 곧바로 철회하는 모습도 이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과 같이 이 대통령의 결정을 장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민주당 대표 시절 총선 과정에서 금투세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이 당대표 연임 도전에 나서면서 금투세 논란이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그는 "조세는 징벌이 아니다. 주식시장은 꿈을 먹고 사는데 5000만 원까지 과세를 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분이 저항한다"면서 금투세 완화를 공식적으로 거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민주당 내부 토론회가 열렸고, 이 대통령은 여론을 듣겠다는 이유로 다양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결국 고민 끝에 그해 11월이 돼서야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이 돼서야 금투세 법안이 국회 본회의장 문턱을 넘어 폐기됐다.
당시 개미 투자자의 불만은 상당했다. 이 대통령이 고민하는 동안 증시가 등락을 반복하며 자신들의 재산 증감에 영향을 줬다고 봤다.
야당은 이 대통령이 사면권 행사에 저돌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면 양도세 인하에 대해선 다시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대대적인 특별사면권을 행사했다. 자녀 입시비리 사건으로 징역형을 살고 있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횡령과 사기로 유죄가 확정된 윤미향 전 의원 등 논란의 인사들이 특별사면됐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글로벌 추이에 역행하며 국민의 분노를 부르는 정책은 하루빨리 철회해야 하는 것이 순리"라며 "하지만 여전히 추이를 보며 숙고하겠다는 것은 시장을 모르는 아마추어적 아집이며, 1500만 개인 투자자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기만적 행태를 이어나가겠다는 선포"라고 지적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