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진실대로 진술하겠다"…임기훈 "수사기관에서 얘기"
  • ▲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전 국가정보원장)이 8일 서울 서초동 해병 특검 사무실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다시 출석했다. ⓒ서성진 기자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해병 특검이 8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을 다시 소환했다. 조 전 실장과 임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이른바 'VIP 격노 회의'에 참석하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기록을 회수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전 실장은 이날 오전 9시 40분 서울 서초동 해병 특검 사무실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출석했다. 지난달 29일 첫 조사 이후 열흘 만이다. 

    조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관련) 어떤 지시를 내렸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진실에 입각해서 사실대로 진술하겠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에도 "올라가서 사실대로 다 이야기하겠다"고 답했다.

    임 전 비서관도 지난달 25일에 이어 이날 오전 9시 20분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조사 기록 이첩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윤 전 대통령이 질책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 기관에서"라고 짧게 답변했다.
    ▲ 임성근 전 국방비서관이 8일 서울 서초동 해병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다시 출석했다. ⓒ서성진 기자

    조 전 실장은 문제의 'VIP 격노 회의'에 국가안보실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간 국회 등에서 VIP 격노설에 대해 부인해 왔지만 지난달 29일 특검 조사에서 2년 만에 입장을 바꾸고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인정했다. 당시 회의 이후 조 전 실장과 임 전 비서관은 둘만 남아 윤 전 대통령과 별도로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비서관은 VIP 격노설이 처음 제기된 대통령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건 초동 조사 결과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인물이다. 자료에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해 8명이 채 상병 사망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돼 있었다.

    그간 국회와 법정에서 "대통령 주재 회의 내용은 안보 사안"이라며 진술을 거부해왔던 임 전 비서관은 2년 만에 입장을 바꾸고 지난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질책한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임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했고, 회의실 전화기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이렇게 다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 내가 얘기하지 않았냐"고 호통을 치며 크게 질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날 임 전 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기록이 2023년 8월 2일 경찰에 이첩됐다가 회수된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첩 회수 당일 임 전 비서관, 이 전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등과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23년 8월 2일 해병대 수사기록 이첩부터 회수까지의 통화 타임라인. ⓒ황유정 디자이너
정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