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 검찰청 폐지 등 밀어붙이기법조계 "형사법 원칙 무시한 졸속입법" 비판 거세
  • ▲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등을 담은 '검찰개혁 4법'을 당론으로 추진하며 입법 속도전에 돌입하자, 법조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수사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현실적 준비 없이 조직 해체부터 시도하는 '무책임한 실험'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입법 속도전에 나선 민주당, 검찰개혁 4법 추진

    민주당은 지난 6일 정청래 신임 당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오는 추석 전까지 '검찰개혁 입법'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했다. 특위 단장을 맡은 민형배 의원은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와 검찰에 보완수사권조차 남기지 않겠다"며 강한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검찰개혁안의 골자는 ▲검찰청 폐지 및 법무부 산하 공소청 신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 ▲국무총리 직속 국가수사위원회 신설 ▲공수처 권한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검찰 권력의 비대한 수사권 해체"로 규정하고 있다.
    ▲ 대검찰청 ⓒ연합뉴스 제공

    ◆"공룡조직 탄생" … 법조계, 검찰 쪼개기 등 재편에 강한 반발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오히려 '권력의 비대한 이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중수청, 국가수사본부, 자치경찰, 특사경 등 수많은 수사기관을 모두 행안부 산하에 두는 구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공룡 조직의 탄생"이라며 "경찰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검찰의 순기능 중 하나인 인권보호 기능은 사법경찰에 대한 법적 통제를 통해 작동되는데, 이를 아예 제거하는 건 인권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일"이라며 "검사제도의 본질과 역사에 대한 무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양홍석 변호사는 "소속이 어디에 두는지 보다는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예컨대 중수청을 행안부 소속으로만 두고 중수청장이나 수사관의 구성에 대해 행안부에서 컨트롤 하지 못하게 한다면 권한은 행안부에 집중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여당이 제출한 법안에 따르면 행안부의 관여가 인사조직 등에 있어서 상당한 관여를 할 수 있도록 역할을 설계해 놨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정청래 대표와 민형배 위원장, 주철현 부위원장, 김남준 변호사, 서보학 교수 등 위원들이 검찰개혁 완수를 다짐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졸속 입법과 정치적 수사 통제 우려 … '개혁 아닌 개악' 비판

    법조계에서는 특히 시행 준비 없이 조직 해체부터 추진하는 방식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중수청을 전국 각 권역에 설치하려면 건물 확보부터 인력, 예산, 시스템까지 전면 재정비가 필요한데, 이와 관련한 논의나 계획은 사실상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권과 특별수사경찰(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역시 논란이다.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없어지면, 경찰이 넘긴 사건을 그대로 기소하거나 불기소해야 하고, 객관의무가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고소·고발인의 항고와 재정신청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형사절차가 지연되고, 억울한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양 변호사도 "검찰청 폐지라는 극단적 방식이 필요한가"라며 "검찰 기능을 공소 제기와 유지로 조정하면 되는 것이지, 관련 법령과 조직 전체를 바꾸는 것은 법체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수처의 권한 확대와 국가수사위원회 신설에 대한 의문도 크다. 수사관 교체 권고나 감찰 권한 등을 갖는 국가수사위원회 신설에 대해 형사법 전문 교수는 "사실상 수사권한을 정치적 영향력 하에 두려는 의도"라며 "특정 사건 수사를 못마땅해하는 정치 세력이 민원만으로 수사관을 바꾸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검찰개혁"이라는 정치적 구호에 몰두한 나머지, 형사사법체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입법 실효성, 시행 가능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원로 법조인은 "수사기관을 개편하려면 견제와 균형, 인권보호의 관점에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데 지금은 오히려 '형사사법 붕괴법'처럼 보인다"며 "수사·기소권 분리를 명분으로 내세운 검찰개혁4법은 결국 현재의 형사사법체계를 모두 들어내고 현 수준보다 못한 상황으로 후퇴하는 개악이다"고 지적했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