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연일 '국민의힘 해산' 추진 거론민주당, 쟁점 법안 밀어붙이며 국힘과 협상 거부"정청래, 발톱 잘못 드러내면 죽어" 지적도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적대적 관계를 공고히 했다. 공공연하게 국민의힘 해산 추진 가능성을 거론하며 야당을 '절멸'하려는 기회마저 엿보고 있다. 협치 가능성이 원천 차단되면서 여야 간 대립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적대적 공존' 정치로 국민 피로도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당대표 취임 후 원내 정당 대표들을 차례대로 예방했지만,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찾지 않았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관례에 따라 예방을 오겠다 생각했다"고 했지만, 정 대표는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며 대화를 거부했다.

    대신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해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전당대회 경선 기간에 국회 의결로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가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한 그는 대표 취임 이후에도 "못할 게 없다"고 장담했다. 정 대표는 "통합진보당 해산 사례로 비춰보면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정당 해산감"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에 "내란 사태에 대한 석고대죄가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정당 해산을 추진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률적 문제도 있지만, 107석을 가진 제1야당을 해산했을 때의 정치적 역풍을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 대표가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이유는 그의 정치 기반인 강성 지지층에 호응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이전부터 정 대표의 거친 언행은 '개딸'(개혁의딸)의 지지를 끌어내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야권 관계자는 "정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확보해 민주당 내 기반을 넓혀 가려는 취지"라고 평가했다. 

    선명성을 강조하는 정 대표의 '자기 정치'가 본인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최근 YTN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 임기가 3개월도 안 지났다"며 "본인(정 대표)이 당대표는 됐지만, 대권을 접수할 만큼의 힘이 있는가. 발톱 잘못 드러내면 죽는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각종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방송법을 시작으로 8월 임시 국회에서 방송3법 입법을 마무리하고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는 검찰·언론·사법 개혁도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고 밝혔다.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은 추석 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가 발의한 언론중재법(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과 '대법관 증원', '법관평과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들은 시민사회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재계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을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하는 악법으로 보고 있다. 언론중재법은 앞서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됐으나 언론 단체가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맞서며 무산됐다. 사법 개혁안도 법조계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정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협상을 거부하면서 거대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을 견제할 방법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협치 가능성이 차단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탄핵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여당의 공세에 무기력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 정치가 정치적인 내전 상태에 빠졌다. 기본적으로 협치가 안 된다는 뜻"이라며 "국민에게는 최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단은 민주당에서 아무리 협치 가능성이 없더라도 손을 내미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박 평론가는 또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킬 법안도 있지만, 여야 합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며 "당대표가 강경하게 나오더라도 원내대표가 협치의 손을 내미는 전략으로 민생 해결에 힘을 모아야 이재명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