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냐 수사냐…박 대령 고발로 '군사법원법' 해석 논란"수사권 없이 해병대원 73명 조사"…직권남용 주장법조계 "초동조사 적절" vs "즉시 이첩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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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사법원. ⓒ 연합뉴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6일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으로부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했다. 박 대령의 행위가 '초동 조사'였는지 권한을 벗어난 '수사'였는 지를 두고 법적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군사법원법 제228조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 박정훈 대령, 수사권 없었다?…직권남용 혐의로 고발 당해
6일 본보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장영하 국민의힘 성남시 수정구 당협위원장은 6일 박 대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장 위원장은 박 대령이 2023년 7월 19일 발생한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수사권이 없음에도 당시 10일간 73명의 해병대원을 조사하고 약 1000장 분량의 인지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이어 ▲군사법원법 228조의 문언적 해석 ▲군사법원법 개정 취지 ▲인지와 수사의 법적 관계를 근거로 박 대령의 행위는 법적 권한 없이 '수사'를 진행한 것이어서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군사법원법 제228조 3항은 '군검사와 군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는 범죄를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건을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청 또는 해양경찰청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발장에서는 이 조항에 포함된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라는 문구에 주목했다.
장 위원장은 이 문구를, 군 수사기관이 이미 다른 범죄에 대해 정당한 권한으로 수사 중일 때 우연히 군사법원 관할이 아닌 범죄를 발견한 경우에만 이첩 의무가 발생한다고 해석했다. 박 대령이 애초에 군사법원 관할이 아닌 사건을 수사한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인지'는 곧 수사의 개시이자 일부이므로 인지 자체가 수사 행위에 해당하며, 이는 군사법원법의 개정 취지와 충돌한다는 법적 해석도 제시됐다.-
- ▲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 ⓒ뉴데일리DB
◆ 조사냐 수사냐…법조계 "초동조사 적절" vs "즉시 이첩했어야"
박 대령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되면서 군 수사기관의 수사 개시 권한에 대한 법조계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군법무관 출신 장종현 변호사(군법무 14회)는 "군사법원법에 어떤 범위까지 조사해서 이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군 조직 특수성을 고려할 때 민간 수사기관이 군인들을 상대로 수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혐의 관련자들에 대한 초동 수사 결과까지 함께 넘기는 것이 관례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을 즉시 경찰에 이첩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검찰 출신 천창수 변호사(군법무 15회)는 "군사법원법 228조 3항은 군사법원 관할 밖의 범죄에 대해 '지체 없이'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하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이 표현이 다소 모호하긴 하지만, 곧바로 경찰에 넘기는 것이 입법 취지에 맞다"고 말했다.
다만 천 변호사는 "지금은 군사법원법에 '지체 없이'라고만 되어 있으니 해석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초동 수사는 불가피한 만큼, 현장 통제까지만 허용할지, 참고인 조사까지 허용할지, 사건을 어느 시점에 이첩해야 하는지 등을 보다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2년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에는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는 논란은 지난해에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박 대령 측 변호인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국방부장관령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훈령'이 이첩 방식에 대해 '혐의자, 죄명, 범죄사실' 등을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군사법원법 제228조는 2022년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당시 군 수사기관의 초동 수사 은폐 의혹이 불거지면서 개정됐다.
한편 박 대령은 지난달 16일과 31일 두 차례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정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