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장관 발언에 中 또 공개 반박 논란中 관영매체 동원해 전방위 외교 압박 지속싱하이밍 "한국 정부가 반중 여론 단속해야"정부, 국민 80% 반중인데 중국인 무비자 추진교수들 "李 대통령, 中 내정 간섭 입장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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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3년 6월 8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국장급인 싱하이밍 당시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인사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조현 외교부 장관의 중국 관련 발언에 대해 중국이 주한대사관과 관영매체를 동원해 공개적으로 반박하며 외교 결례를 반복해 논란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에 반중 여론 단속을 촉구한 싱하이밍 전 주한 중국대사의 내정 간섭 발언과 겹쳐 논란이 커지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장관은 지난 3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이 이웃 국가들에 다소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이 남중국해와 황해(서해)에서 해 온 것들을 봤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은 너무 잘 그리고 너무 빠르게 발전해 경쟁자가 됐다"며 "우리는 중국의 부상과 도전을 꽤 경계하게 됐다"고 밝혔다.
◆中, 또 다시 외교 결례 논란 … 조현 장관 발언 공개 반박
이에 주한 중국대사관은 4일 "현재 중국은 주변국들과 모두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절대 다수 주변국도 중국과의 우호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외교의 우선 방향으로 삼고 있다"면서 공개 입장문을 내고 조 장관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외교적 이견은 비공개 채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국제 관례다. 대사관이 주재국 정부 고위 인사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주재국 정부의 정당한 정책 발언에 대한 공개 비난은 내정 간섭의 성격을 띨 수 있어 문제가 된다.
이번 발언은 "외교사절단의 모든 구성원은 파견국(외교관 파견 국가)의 특권과 면제를 향유하는 한, 접수국(주재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의무를 가진다"고 명시한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위반이자, 유엔 헌장 제2조 제7항이 규정한 '국내 관할권 불간섭 원칙', 국제연합 총회 결의 2625호가 명시한 '우호 관계와 협력에 관한 원칙' 위반이기도 하다.
◆中 공산당, 관영매체 동원 전방위 비난 … '회색지대 전술' 본격화
나아가 중국 공산당은 이번에도 관영매체와 어용학자까지 동원해 비판 기사를 쏟아내며 '회색지대 전술'을 폈다.
중국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의 뤼차오 원장은 지난 4일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의 '중국 위협론'에 동조하고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역외 국가로서 개입하는 것은 한중 관계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단호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글로벌 전략연구원의 둥샹룽 연구원은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조 장관의 정책 기조는 미일 쪽으로 편향돼 있으며 중국을 평가 시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담론 체계를 계속 쓰고 있다"면서 조 장관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 ▲ 2021년 7월 16일 싱하이밍 당시 주한 중국 대사는 중앙일보 기고를 통해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대중관을 공개 비판했다. 그는 한국의 주권적 결정이었던 사드(THAAD) 배치와 이에 따른 중국의 대규모 경제 보복,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굴종적인 '3불 1한' 발언 논란 등과 관련해 "사드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쳤고, 앞뒤가 모순되는 당시 한국 정부의 언행이 양국 간 전략적 상호 신뢰를 해쳤다"면서, "이후 양국의 노력을 통해 사드 문제의 타당한 처리에 합의했고, 중한 관계가 정상 궤도로 돌아오게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앞서 이미 한반도 전역을 탐지 가능한 레이더를 선제적으로 설치한 사실에 대해서는 "한국 친구에게서 중국 레이더가 한국에 위협이 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중국은 방어적인 국방정책을 취해왔고, 한국을 가상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중국은 2000년대 초부터 산둥반도를 비롯한 연안 지역에 강력한 탐지능력을 갖춘 장거리 레이더를 설치해 한반도를 감시해왔으며, 이 때문에 한국의 사드 레이더 운용을 문제 삼는 것은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싱 대사는 이어 "천하의 대세는 따라야 창성하다는 말이 있다"며 한국에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의 편에 설 것을 사실상 요구했다. ⓒ중앙일보 캡처
◆국장급 싱하이밍의 반복된 내정간섭 … "韓 정부가 반중여론 단속하라"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특히 싱하이밍 전 주한 중국 대사의 최근 내정 간섭 발언과 맞물려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싱 전 대사는 지난달 29일 열린 25차 한중고위지도자포럼에서 "한국의 반중 여론은 극우 세력이 조성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정부가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 전 대사는 한국에 주재하는 동안 한국 정부의 숱한 내정 간섭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2021년 중앙일보 기고문에서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대중관을 비판했고, 2023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중국 패배론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한국이 중국의 핵심 관심사를 존중하지 않으면 양국 관계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그다음 날 싱 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항의했다.
◆호주·프랑스·스웨덴도 피해국 … 中 강압 외교 실상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내정 간섭, 국제법이나 외교 관례를 무시, 공개 협박과 보복 위협을 되풀이해 왔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강압 외교는 2018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고, 한국은 주요 피해국 중 하나다.
중국은 2020년 호주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하자 주호주 중국 대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제 보복을 예고했다.
2021년 프랑스 상원 의원단이 대만을 방문하자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은 해당 방문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019년 스웨덴에서 중국 출신의 구이민하이(桂民海)이 표현의 자유상을 수상하자 주스웨덴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반드시 결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보복을 암시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정부, 커지는 반중 정서에도 '전략적 모호성' 입장
그러나 중국의 내정 간섭에도 대통령실은 지난 5일 "조 장관의 발언은 한중 간 일부 사안에서 이견이 있더라도 민생과 역내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는 한중 관계를 만들겠다는 취지의 언급"이라는 해명성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중 관계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이러한 입장은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이런 전통적인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식 '전략적 모호성'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국을 동맹국들에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인식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중국의 경제 보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중국으로부터 만만한 대상으로 인식돼 왔다.
최근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수역에 사실상 불법적인 인공섬을 설치하며 한국의 해양 주권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5월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한 채 구조물 설치를 강행하고 있다.
지난 정부 또한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명확한 일관성을 보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균형외교'를 표방했지만, 중국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가치외교'를 내세웠으나 중국과의 관계 관리에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반중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80%가 중국에 부정적 인식을 나타냈고, 이는 조사 대상 25개국 가운데 일본(86%)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 정서에도 정부는 전날인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관광 활성화 미니정책TF' 회의를 열고 오는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중국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전날 '싱하이밍의 망언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외교부 장관은 중국 외교부 소속 싱하이밍의 이번 망언에 대해 재차 공식 항의하고 주한 중국 대사를 초치해 외교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중국의 이러한 의도적 도발과 방자한 무시가 한미동맹을 의도적이며 은밀하게 훼손하고 있는 현 정권의 외교 노선과 직결돼 있음을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며 "이번 사안에 대한 명확한 대통령의 입장을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표명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