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도로 지역화폐활성화법 통과국가 지원 하도록 바꿔 혈세 투입 의무화 지원금 정치 남발 우려 … 野 "불평등 심화"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 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에 돌입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지역화폐 발행과 관련해 국가 지원이 결국 의무화된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전문가의 분석과 현금 살포 상설화 등 '포퓰리즘' 우려가 잇따랐지만, 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고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재석 의원 236명 중 찬성 161명, 반대 61명, 기권 14명으로 가결됐다.

    표결 전 더불어민주당의 이광희·박정현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찬성 토론자로 나서 지역 균형 발전 등을 명분으로 들며 개정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서범수·고동진 의원이 현금성 지원이자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2017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등 이름으로 발행하고 있는데, 이번 개정안 통과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운영에 대한 국가의 행정·재정적 지원은 '재량'에서 '의무' 규정으로 바뀌게 된다.

    또 개정안은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실태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인구감소지역에 보조금 인상 지원을 가능하도록 했다. 해당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돼 국무회의에서 공포된 후 즉시 시행된다.

    지역사랑상품권법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강력하게 추진해온 정책으로, 이 대표의 '트레이드마크'로 통했다. 민주당은 지난해에도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해 본회의에서 처리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부의 예산 편성권 침해 등을 이유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당시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반대했다. 현금 살포형 정책이 남발될 수 있고, 한정된 재원인 세금이 정작 필요한 곳에 활용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이 대통령의 숙원 사업을 신속하게 처리하는데 나섰다. 이 대통령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에 큰 효과가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노벨평화상을 받을 정책"이라고 자평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 후 즉각 지역화폐를 기반으로 한 전국민민생회복 지원금 정책을 현실화했다. 총 소요 재원은 13조9000억 원으로, 국비 12조2000억 원, 지방비 1조7000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지역화폐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 확대 등 방침이 '지방자치'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2020년 조세재정연구원은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전국 규모 단위로 조사한 결과를 처음으로 분석한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세연의 보고서에는 "2010~2018년 전국 사업체 전수조사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유의미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분석이 담겼다.

    문제는 지역화폐에 대한 국가 지원이 의무화되면서 향후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지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단발성으로 지급되는 지원금에도 수십조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상시적 지원이 의무화되면 예산을 적재적소에 쓰지 못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서범수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반대 토론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포장돼 있지만 실상은 국가 재정의 근간을 흔들고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며 지역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 현금성 지원을 법률로 강제하면 재정의 경직성을 높여 더 시급하고 중요한 다른 민생 사업의 기회를 박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