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시작 … 與 5일 방송법 처리할 듯첫 주자 신동욱 "도저히 찬성할 수 없다""친여 시민단체 일자리 만드는 게 개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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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송 3법 반대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중 방송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표결을 저지하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고 방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 개정안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 정원을 확대하고 추천 주체를 학계·임직원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전체 이사회의 40%를 국회 추천 몫으로 규정해 '언론 장악' 우려를 안고 있다.
필리버스터 첫 번째 주자로 나선 TV조선 앵커 출신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오후 4시부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저는 방송계에서 정확히 31년을 일했다"며 "도저히 이 방송법에 찬성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 의원은 "개혁이란 표현을 많이 쓰는데, 개혁은 껍질을 벗겨서 좋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이 껍데기도 벗기지 않고 날름 입안으로 집어넣기 좋게 만드는 것이 개혁이 아니다"라며 "언론을 도대체 뭐로 보고 이렇게 허접하기 짝이 없는 법안을 가지고 언론을 수중에 넣으려고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의원은 방송법 개정안을 '민주당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로 규정했다. 그는 "민주당 성향 시민단체, 민주노총 일자리 만들어주는 것이 언론 개혁이냐"라며 "우리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 민주당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 민주노총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 이렇게 불러주면 저희가 순수하게 받아들이겠다"고 꼬집었다.
신 의원 발언이 끝나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예정이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개시한 지 24시간이 되는 5일 오후 4시쯤 토론을 종결하고 방송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칠 방침이다.
이 개정안에는 현재 11명인 KBS 이사 수를 15명으로, 9명인 방송문화진흥회(MBC·방문진)와 EBS 이사를 각각 13명으로 늘리고 추천 주체를 다각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교섭단체의 이사 추천 몫은 KBS는 6명, 방문진과 EBS는 각 5명으로 규정했다.
또 100명 이상의 공영방송 사장추천위원회 구성과 특별다수제·결선투표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방송사업자 편성위원회 설치·편성 규약 의무와 공영방송 3사 및 보도전문채널(YTN·연합뉴스)이 보도 책임자를 선임하면 구성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임명 동의제'도 담겼다.
범여권이 필리버스터를 종결할 수 있는 180석을 차지한 만큼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는 법안 처리를 하루 정도 지연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후 4시 3분에 (민주당) 문진석 의원 외 166인으로부터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가 제출됐다"고 말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종결은 개시 24시간 후 표결을 통해 결정할 수 있다.
민주당(167석) 의석 수에 진보당(4석), 조국혁신당(12석) 등 범여권 의석 수까지 더하면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요건(재적 의원 5분의 3인 180명 이상의 찬성)에 충족된다.
앞서 방송 3법은 제21·22대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안은 폐기됐다.

황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