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기준 50억→10억 하향에 투자자 반발"연말마다 던지라고?" … 국장 회피 우려 확산1일 코스피 4.16% 급락, 4개월 만에 최대 낙폭민주당도 엇갈린 반응 … 정책 수정 여부 주목
  • ▲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 청원'이 3일 오전 10시 20분 기준 8만 7326명의 동의를 받았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반대하는 국민 청원이 사흘 만에 9만 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얻었다.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이 증시 급락을 유발한 데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청원에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회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 청원'은 3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8만 7326명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청원은 앞서 하루 만에 5만 명을 돌파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접수됐다.

    청원을 올린 투자자는 "코스피 붕괴를 막기 위해 청원한다"며 "대주주가 세금을 회피하려고 연말마다 주식을 던지면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한국 주식을 하겠느냐"고 호소했다. 

    일부 청원 참여자는 정부 세제 개편안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의 의원직을 박탈하라는 별도 청원까지 올리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서 "부자 감세를 없애겠다"며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다시 낮추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10억 원 기준을 50억 원으로 상향한 바 있으나 이를 원상 복구하겠다는 것이다.

    발표 직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지난 1일 국내 증시는 패닉 장세로 빠졌다. 코스피는 4.16%, 코스닥은 4.67% 급락하며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폭탄 발언으로 증시가 출렁였던 지난 4월 7일 -5%대 낙폭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0억 원 이상 보유자를 중심으로 대주주 회피 매물이 이미 쏟아지고 있다"는 반응이 퍼졌다.

    시장 충격이 현실화되자 여당은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청원 참여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른 데다 증시 폭락이 겹치면서 정부도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여당 내에서 재검토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런 배경"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전날 SNS를 통해 "주식 투자자들이 속상하고 화가 난 건 이해하지만 과세 기준을 낮춘다고 주가가 무너진다는 건 과장된 주장"이라며 "과거에도 기준을 100억→50억→25억→15억→10억으로 단계적으로 낮췄지만 시장에 별다른 충격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내세우며 기준을 50억 원으로 되돌렸지만 오히려 주가는 계속 하락했다"며 "이번 개편은 윤석열 정부가 훼손한 세입 기반을 되살리는 정상화 조치"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기간에 가라앉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말로 갈수록 절세 매물 출회 우려가 커질 수 있고, 정부의 최종 결정이 늦어지면 불확실성이 시장에 장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10억 원 기준은 단지 과세 여부를 넘어서 투자자 심리에 큰 영향을 주는 상징적 숫자"라며 "증세 논의는 필요하지만 시장과의 교감 없는 일방 통보식 개편은 조정 불안만 키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