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법원 공격은 표현의 자유로 포장될 수 없어"징역형 실형 37명·집유11명·벌금1명
  • ▲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에 발부 소식에 일부 지지자들이 파손한 서울서부지법 외관이 20일 오후 정비작업을 하고 있다. 2025.01.20. ⓒ서성진 기자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법원에 난입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서부지법 사태' 피고인 전원에게 서울서부지법이 유죄를 선고했다. 가장 중형은 징역형 5년이며 일부 피고인에게는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이 내려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우현 부장판사)는 1일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49명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 중 37명은 실형, 11명은 집행유예, 1명은 벌금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법원 1층 깨진 창문으로 라이터 기름을 뿌리고 불붙인 종이를 던지거나 경찰관들을 몸으로 밀치는 등 7층까지 진입한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법원 1층 유리문을 철제 차단봉으로 파손하고 경찰을 강하게 밀치는 등 혐의를 받는 B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또 경찰을 밀치고 자동문을 소화기로 내려친 C씨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이 내려졌다.

    판사실 출입문을 발로 차 열고 도어락을 파손한 D씨에게는 징역 3년, 당직실 기물을 파손하고 출입통제 시스템을 손상시킨 E씨와 F씨에게는 각각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이 밖에도 범행 정도가 무겁다고 판단된 34명은 징역 1~2년을, 혐의가 비교적 가벼운 8명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촬영 목적으로 법원에 들어갔다며 무죄를 주장한 다큐멘터리 감독 G씨에 대해서는 "다중의 위력을 보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건조물침입 혐의만 인정하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심사가 진행 중인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원 담장을 한 남성이 넘어 들어가고 있다. 2025.01.18. ⓒ이종현 기자

    ◆재판부 "법원 공격은 정당화될 수 없어"

    재판부는 "법률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채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법원을 공격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없고 어떠한 명분으로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다수의 집회참가자들은 경찰에 의해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던 법원 후문을 강제로 개방한 뒤 출입을 통제하고 있던 경찰관들을 밀치며 법원 경내로 진입했다"면서 "다중의 위력을 보여 법원에 침입하고 그 과정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관들을 폭행하며 법원의 기물을 파손함으로써 법원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개별 피고인별 행위에 대한 책임 원칙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함께 기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개별적인 행위를 구분하지 않은 채 전체적인 결과를 일률적으로 피고인들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은 피고인들이 법원에 침입하게 된 경위와 구체적인 방법, 침입의 정도와 범위, 법원 내에 머무른 시간 등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제기한 여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먼저 증거능력과 관련해 재판부는 유튜브에 게시된 영상을 수사기관이 다운로드한 행위는 강제처분으로 볼 수 없어 압수·수색영장 발부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영상증거의 동일성과 무결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배척했다. 법원은 대법원 판례 법리를 적용해 편집·조작 가능성이 없고 영상의 신뢰성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밝혔다.

    특수건조물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두고도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건조물침입죄는 범죄가 종료하지 않는 계속범이므로 퇴거하여 범죄가 종료되기 전까지 다중의 위력을 보이는 행위가 있었다면 특수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다중의 위력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이에 합세해 다중의 위력을 한층 더 증가시키는 행위를 '다중의 위력을 보인 경우'에 포함한다"고 했다.

    저항권을 이유로 한 정당행위 주장에 대해서는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문제 삼을 법적 절차가 있었음에도 불법적 방법을 택한 행위는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큐멘터리 촬영 목적 또는 취재 목적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 출입 통제가 엄격했고 촬영이나 위난 회피를 위해 반드시 침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호송차량이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1.18. ⓒ서성진 기자

    ◆변호인단 "타 사건과 비교해도 과도한 처벌"

    피고인들 다수에 대한 변호를 맡은 서부자유변호사협회는 이날 재판이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부당하게 구속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대부분 실형이 선고됐고 단순히 법원 경내에 진입한 혐의만으로도 예외 없이 실형이 내려졌다"며 재판 결과에 유감을 표했다.

    협회는 "사건의 초기부터 수사기관과 언론이 피고인들을 '폭도'로 규정했다"고 지적하며 대다수 피고인들은 심각한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치주의는 이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불법 구속영장 발부와 이재명 전 대표 재판의 지연·중단 과정에서 무너졌다"며 "이미 망가지고 무너진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사법질서를 서부지법 청년들이 훼손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협회는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립병원 설립 조례 심의 보류에 반발해 시의회 난입 사건으로 특수공무집행방해죄와 특수공용물건손상죄가 인정됐지만 벌금 500만 원만 선고받은 전례를 언급하며 이번 판결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유사한 처벌 사례에 비춰볼 때 이번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다큐멘터리 감독 G씨 역시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 판단에 "많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 말했다. 그는 "검찰이 서부지법과 관련해 63명을 단체로 기소했기 때문에 그 관점에서 보수적으로 판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저 역시도 (JTBC와) 같은 목적으로 촬영했는데 오히려 반대 세력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 동일범 취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창작자 입장에서 이번 판결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최악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안 좋은 판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심사가 진행 중인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 대거 모인 시민들이 윤 대통령 지지 집회를 하고 있다. 2025.01.18. ⓒ이종현 기자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