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일각서 국민의힘 전투력 상실 비판 나와미국과 관세 타결됐지만 평가는 엇갈려국민의힘은 관망하며 비판 자제하는 분위기홍준표 "與, 관세 0% 한미 FTA에 매국노라 해"
  • ▲ 송언석(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박덕흠 의원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우려와 칭찬이 공존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공격력'을 두고 비판이 쏟아진다. 관세 협상과 관련한 비판적 분석이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데다, 전의를 상실한 모습을 보이면서 야당 일각에서는 당의 현안 대응 능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관세 협상에 대해 비판할 지점이 분명히 있는데 당이 공세를 펴지 않고 느긋한 모습"이라며 "같은 협상안을 보수 정권에서 가져왔다면 아마도 민주당은 거리로 나가고 좌파 단체들이 호응해 광화문 광장을 채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미 당국은 전날 상호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3500억 달러(한화 486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진행하고 1000억 달러(140조 원)의 미국 액화천연가스(LNG)가스를 수입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논란이 된 것은 GDP 대비 투자 금액 비율이다. 한국과 같이 15%로 맞춘 일본은 GDP 대비 약 13.1%, EU는 GDP 대비 6.9%의 투자를 미국에 약속했다. 한국은 미국산 LNG 수입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투자 비율이 20.4%에 달한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보다 GDP 규모가 10배 이상 큰 EU도 미국에 6000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우리는 4500억 달러를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경쟁력 저하도 전망된다. 일본과 EU가 자동차 수출에 기존 2.5%의 관세율을 적용받아왔던 것에 비해 한국은 관세가 없었다.

    일본과 EU가 15%의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한 상황에서 한국도 똑같이 15%를 적용하게 됐다. 2.5%의 관세율 차이를 동률로 만들게 된 것이다. 게다가 미국 자동차와 트럭이 관세 없이 국내 시장에 개방됐다. 
    ▲ 2011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경찰이 한미FTA 비준안 처리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연합뉴스

    농산물 시장도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관세 장벽 중 하나인 과채류에 대한 한국의 동식물 위생 검역 조치에 관심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채류의 검역 절차 완화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당장 사과 농가가 반발하고 있다. 한국사과연합회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집회를 열고 비판을 쏟아냈다. 검역 주권을 사수하라는 것이다. 

    디지털 협정 문제도 거론된다. 망 사용료와 현지화 의무 등이 논의됐어야 하는데 협상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관세 협상에는 디지털 협정 문제가 들어가 있고, 일본은 이미 2020년에 해당 사안에 대해 미국과 별도로 협의를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외교부 기획단장을 맡은 이혜민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디지털과 관련한 내용이 한국에서는 없다고 어제 발표가 됐다. 그런데 EU와는 디지털 내용이 들어가 있다"면서 "일본은 트럼프 1기 때인 2020년에 미국과 디지털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과의 문제는 다 해소가 됐다"고 짚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전날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나와 비판 논평을 한 이후 공식적으로 협상 내용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산발적으로 개별 의원이 말을 내놓을 뿐이다. 

    국민의힘을 떠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오히려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미 FTA 협상 당시 여당 대표였던 홍 전 시장은 당시 민주당과 좌파 시민단체가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 '광우병 선동'을 했었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홍 전 시장은 "(민주당이) 관세 제로 정책인 한미 FTA는 반대했으면서 지금 관세 15% 협상은 자화자찬하고 있다"며 "내가 여당 대표 시절인 2011년 10월, 한미 FTA를 추진할 때는 광우병 괴담을 만들어 온 국민을 선동해서 반대하면서 나를 매국노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칭찬을 쏟아내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전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협상으로 우리 경제에 드리웠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평했다. 김 대행은 이날 "한미관세협상의 성공적 타결은 민생 경제 회복과 성장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였다"고 강조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