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 싫다"는 사람이 인사혁신처 수장野 "자격 없는 사람이 특권 계급 자리 꿰차"조카 김용민 "학벌만 보는 사람이 최동석"
  • ▲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명장 및 위촉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과거 발언으로 끊임없이 구설에 오른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며 과거 자기 계발을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의 능력 계발과 교육을 총괄하는 기관의 수장이 자기 개발이 필요 없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인데, 야권에서는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 처장은 2015년 5월 서울 마포구 신수동주민센터에서 '왜 협동조합인가? 협동조합 경영론'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제가 아주 싫어하는 게 자기 계발"이라고 말했다.

    최 처장은 이 자리에서 자본주의 체제를 비난하면서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일반 사람들에게 자본시장에서 낙오한 사람들에게 찍소리도 못하게 만드는 방식이 자기 책임의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너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했잖아, 너 성적이 나빴잖아, 너 게을렀잖아, 그건 너의 책임이고, 돈 못 버는 건 너의 책임이다' 이런 식으로 자본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시장경제를 통해 자기의 부나 이득을 취하고, 이득을 취하지 못하고 낙오된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직접 해'라면서 자기 계발을 하도록 굉장히 유도한다"면서 "자기 계발을 한다는 말은 결국 시장에서 '너도 나가서 경쟁해서 이기라'라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처장은 '공화'를 강조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데 있어 주먹만 발달한 사람만 잘 살고, 이쪽 주먹이 발달한 사람은 못 살게 되는 건 아주 불공정한 사회가 되는 것"이라며 "자기 계발서는 보지 않도록 권한다. 왜냐하면 '자기 책임'이 아니고 여러분이 '뭔가 불편하다, 우리 사회에 내가 못 살고 있고 취직이 안 된다'는 것은 여러분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최 처장은 자본주의를 비판한 미국 경제학자 칼 폴라니의 '악마의 맷돌'에 '자기 책임'을 빗대면서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에게 하는 정신적 폭력이 바로 자기 책임의 원리"라고 강조했다.

    최 처장은 또 "시장경제를 통해서 반드시 특권 계급이 생긴다"면서 "그 사람들은 범법 행위를 해도 대부분 청문회에서 그냥 넘어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웬만한 범죄 행위는 다 넘어간다. 특권 계급이다. 일반인이 그런 것을 했다가는 아주 철퇴를 가한다"며 "음험하게 테이블 밑에서 돈이 왔다 갔다 함으로써 전관 예우로 몇십 억 받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게 되는 특권 계급이 만들어진다. 자기 책임의 원리를 강조함으로써 주종 관계가 너무 당연한 것으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자기 계발과 자기 책임 원리를 부정하는 최 처장의 과거 발언은 현재 자신이 임명된 인사혁신처장의 역할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국가 공무원의 능력 계발, 경력 관리, 교육, 인사 혁신 등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공무원의 자기 계발 또한 단순한 개인 성장이 아닌 국가 행정 역량의 향상과 연결되는 것을 고려하면 '자기 계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며 "더 성장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당연한 본능을 부정적인 것으로 가스라이팅 해놓고 본인은 특권 계급 자리를 꿰찬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 또한 자기주도적 성장을 장려하고 자기 계발을 통해 다중 역량과 다원적 가치의 사회를 추구하는데, 공화를 강조해 놓고 자기 계발을 부정하는 사람이 인사혁신처 수장에 앉을 자격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최 처장이 인사혁신처장으로서 부적격하다는 주장은 최 처장의 조카이자 '나는꼼수다' 출신의 대표적인 '친명(친이재명) 스피커' 김용민 씨의 입을 통해서도 나왔다. 저조한 학교 성적을 사회 탓으로 돌린 최 처장이 실상은 전형적인 '학벌주의자'란 것이다.

    김 씨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가 최 처장과 의절한 지 좀 됐다. 두 번 다시 볼일이 없을 것"이라며 "저는 이분이 이재명 정부에서 인사 책임자로서 역할을 맡을 만한 소양과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 처장은) 학벌주의를 싫어한다고 평소에 이야기했지만, 실은 학벌만 보는 분이라고 저는 판단한다"면서 "꼭 성공해야 하는 이재명 정부에서 최동석 씨가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손혜정 기자